기획연재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③] “그런 사건은 없다” ― 경찰에서 덮힌 사건, 누가 다시 열어주나


기획 연재 |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 검찰청이 사라진 뒤, 피해자는 누가 지키는가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③] “그런 사건은 없다” ― 경찰에서 덮힌 사건, 누가 다시 열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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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만연(蔓延)해진 수사지연

이번 개편이 걱정스러운 것은 이미 지난 개편으로 문제점을 한 번 겪었기 때문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 이후 경찰이 대부분의 수사를 맡게 되면서 사건 처리는 눈에 띄게 늦어졌다.

전국 경찰의 사건 처리기간은 2019년 50.4일에서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 64.2일, 2022년 67.7일로 늘었다. 처리에 6개월 이상 걸린 사건은 2019년 8만9,933명에서 2022년 18만9,675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변호사들은 숫자보다 더 생생하게 수사지연의 현실을 느끼고 있다. 고소장을 내고 몇 달째 담당 수사관 연락조차 받지 못하는 사건, 핵심 증거를 확인하지 않은 채 불송치로 끝난 사건, 피해자의 진술이 제대로 조서에 담기지 않은 사건들. 수사 부족으로 조용히 묻히거나 사실관계가 뒤틀린 채 종결된 사건이 적지 않다.

“그런 사건은 없다”

내가 변호했던 한 사건에서는 여러 명이 같은 혐의로 함께 조사를 받았다. 의뢰인도 경찰에서 변호인 입회하에 피의자신문까지 받았다. 그런데 몇 해가 지나도록 아무 통보가 없었고, 그 사이 함께 조사받은 사람들은 모두 처분을 받았다. 의뢰인은 조사받았던 경찰서에 사건이 어떻게 됐는지 문의했지만, 당시 수사했던 경찰관은 이미 다른 곳으로 전근한 뒤였고, 경찰의 대답은 “그런 사건은 없다”고 했다.

피의자 조사까지 받은 사건이 수사기관 안에서 사라진 것이다. 담당 수사관은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사건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이미 송치되었는데 경찰서가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처리 결과를 알리는 통지가 빠진 것인지, 담당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인수인계가 누락되어 기록이 방치된 것인지,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당사자에게는 언제 다시 불려갈지 모른다는 불안이 남았고, 같은 행위로 처분을 받은 사람들과는 형평성이 무너진 것이다.

만약 이 사건의 당사자가 피의자가 아니라 피해자였다면 어떨까. 자기 사건이 어디로 갔는지조차 모른 채, 억울함을 풀 기회를 영영 잃었을 것이다. 지금 수사기관에 쌓인 미제의 규모를 보면, 사라지는 사건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16만 건의 미제, 어디로 가나

이 와중에 검찰청은 문을 닫는다. 7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미제 사건은 16만5,020건으로 작년 말보다 71.4% 늘었다. 6개월을 넘긴 장기 미제는 3만2,591건으로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검찰청이 폐지되면서 이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다. 대검은 즉시 넘길 인지사건만 분류를 마쳤을 뿐, 미제의 99% 이상인 송치사건은 사실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찰에서 넘겨받을 미제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경찰과 중수청은 어떤 사건을 어떻게 나누어 맡을지 기준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쪽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국 경찰서에서 3개월 넘게 처리되지 않은 사건이 이미 4만6,793건에 달한다. 경찰은 현재 연간 11만 건이 넘는 보완수사 요구를 처리하고 있는데, 검찰에서 추가로 넘어올 업무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이 다시 열어준 사건들

그동안 경찰이 불송치로 끝낸 사건 중, 피해자의 이의신청과 검찰의 보완수사로 진실을 밝혀낸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성범죄에서 그랬다.

세종시 여중생 집단 성폭력 사건. 2018년에 벌어진 이 사건은 2024년 고소됐지만, 경찰은 물리력을 썼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며 수사 40일 만에 주요 혐의를 불송치했다. 검찰은 채무 관계라는 약점을 이용한 지속적 강요와 심리적 지배가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만든 협박이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1심에서 가해자들에게 최고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만약 검사가 기소 여부만 판단했다면, 경찰의 불송치가 그대로 유지됐을 것이고, 피해자는 고통스러운 과거로 좌절했을 것이다.

고교 후배 상습 성폭력 사건. 채무를 빌미로 후배를 협박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9회에 걸쳐 성폭행한 사건도 경찰은 불송치했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과 보완수사로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

형제 간 상해치사 사건.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검찰이 송치를 요구해 보완수사 한 뒤에 상해치사죄로 구속 기소했다.

이 사례들은 대검찰청이 펴낸 보완수사 사례집에 실린 77건 가운데 일부로, 경찰 단계에서 묻힐 뻔한 사건들이었다.

목소리를 잃은 고발인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이 되면서,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사라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그대로 있었지만, 같은 날 오후 본회의에 제출된 수정안에서 갑자기 빠졌다. 정치적 고발의 남용을 막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것은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중증 장애인이나 학대받는 노인처럼 피해자가 직접 나설 수 없는 사건에서는 권익옹호기관이나 시민단체의 고발이 사실상 유일한 통로다.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폐지된 2022년 9월부터 2년 동안, 지원기관이 발달장애인을 대신해 고발한 201건 가운데 경찰이 검찰에 넘긴 사건은 106건뿐이었다. 장애인 인권 변호사들은 이의신청을 못 하게 되자, 권익옹호기관들이 고발을 주저하게 됐다고 말한다. 지적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인 이른바 ‘제2의 염전노예 사건’에서도, 고발한 단체는 경찰이 일부 혐의만 인정해 송치한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지만,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었다.

이의신청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3년에 수리된 이의신청 3만9,348건 가운데, 검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기소한 사건은 840건이었고, 그중 10건은 법원이 구속까지 했다. 경찰이 끝낸 사건 가운데서도 재판을 받아야 할 사건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덧붙이자면,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사건은 특례법에 따라 경찰이 모든 사건을 검찰에 보내야 하므로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의 영향이 적다. 그러나 장애인 학대, 환경오염, 공익 신고처럼 이런 특례규정이 없는 사건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0월 2일부터 어떻게 달라지나

10월 2일부터는 이런 구제 장치가 달라진다. 다소 개선된 점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우려가 남아있다.

첫째, 성범죄 보완수사를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수청이 맡는다는 것이다. 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성범죄·스토킹·장애인학대·노인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의 보완수사는 앞으로 중수청이 맡는다. 평검사 출신이 47명뿐인 기관이 이 일까지 떠안는 것이다. 세종시 여중생 집단 성폭력 사건과 같은 구제가 앞으로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둘째, 이의신청에 기한이 생겼다. 그동안 불송치 이의신청은 기한 없이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송치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성범죄 피해자는 신고조차 망설이는 경우가 많고, 불송치 통지 후 충격에서 벗어나 변호사를 찾는 데만도 시간이 걸린다. 이 기한이 피해자에게 또 하나의 벽이 될 수 있다.

셋째, 그동안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개선된 점도 있다. 그동안 이의신청권이 없던 고발인도, 피해자에 준하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경찰도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수사부서에 1,907명을 보강했고, 하반기에 약 2,100명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람을 늘리는 것과 수사 역량이 쌓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신임 수사관이 복잡한 성범죄나 경제범죄를 제대로 다루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이 공소청 체제를 4주간 미리 시범 운영해 본 결과, 검사가 새로운 범죄 혐의를 찾아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도 경찰에게는 반드시 입건할 의무가 없다는 허점도 드러났다. 검사가 찾아낸 범죄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경찰에서 덮혀버린 사건을 누가 다시 열어줄 것인가. 10월 2일 이후, 이 질문에 답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 다음 회 예고

10월 2일부터 검사는 수사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구속된 피의자는 어디에 유치되어 있어야 할까? 보완수사가 20일 안에 끝나지 않으면 살인 피의자도 풀어줘야 할까? 경찰은 왜 구치소로 출장을 가야 할까?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불러올 일곱 가지 현실 문제를 짚어본다.

▶ 다음 글: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④] 수사권 없는 검사, 구속 피의자는 어디로? ― 보완수사권 폐지의 7가지 현실

참고 자료

문화일보, 「6개월 이상 수사사건 10만건 급증… ‘검수완박 2년’에 무너진 형사체계」(2024. 5.)

데일리안, 「다음주면 사라지는 검찰청…‘미제 사건’ 16만건 넘어 폭증 우려」(2026. 9. 25.)

한국경제, 「16만 미제사건 쌓였는데…검·경 ‘이관 엇박자’」(2026. 9. 18.)

더퍼블릭, 「경찰 22만241건, 검찰 13만3696건, 공수처 1243건…수사기관 ‘미제 산더미’」(2026. 8.)

중도일보, 「경찰 불송치 뒤집은 검찰 보완수사 사례집…세종 집단성폭행 등 충청권 6건」(2025. 12. 29.)

서울신문, 「[열린세상] 고발 대신 고소하세요」(김예원 변호사, 2022. 9. 21.)

경향신문, 「이의신청 안 되고, 고소·고발 안 받고…‘억울함’만 늘었다」(2025. 2. 10.)

헤럴드경제,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1년 반, 장애인·아동 사건 통계도 없는 경찰」(2024. 3. 8.)

한국경제, 「[팩트체크]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아동학대 수사 부실해진다고?」(2022. 5. 10.)

함께걸음, 「검수완박 논란 속에 실종된 학대받는 장애인의 현실」

파이낸셜뉴스, 「72년 만의 형사사법 체계 대전환…수사·기소 완전 분리 닻 올린다」(2026. 9. 28.)

중앙일보, 「[단독] 공소청 4주 시범운영 해보니…“검사 면담, 보완수사 요구에 활용”」(2026.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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