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조직의 그림자, 성평등 장관의 문턱에 서다

 비밀조직의 그림자, 성평등 장관의 문턱에 서다

— 8년 전 노동당 '언더조직' 진상조사가 다시 묻는 질문, 그리고 용혜인의 침묵

왜 지금, 2018년의 보고서인가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과거를 뒤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가 앞으로 맡을 직무와 어떻게 만나는지를 묻는 자리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8년 전 원외 진보정당인 노동당 안에서 벌어졌던 '언더조직' 사건이 다시 거론된 것은, 그가 지명된 자리가 성차별·성폭력·가족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이기 때문에 더욱 중대하게 보아야 한다.



조사 배경 — 내부에서 터져 나온 폭로

2018년, 노동당 안에서 "당과 관련 단체의 인사·의사결정이 비공개 조직에 의해 좌우된다"는 문제가 공식 제기됐다. 당시 알바노조 위원장이던 이가현 등 내부 활동가들이 나서서, 진보신당·노동당 계열 정치 세력과 그 연계 단체(알바노조, 청년좌파 등) 안에 비밀 비선 조직이 존재하며, 이들이 단체를 통제하고 성차별적·권위주의적 폭력을 행사해 왔다고 폭로한 것이다.

폭로는 내부 고발이었다. 그래서 당은 이를 덮을 수 없었다. 노동당은 공식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2018년 7월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내놓았다. 당시 당 대표였던 홍세화가 조직의 존재를 인지하고 조사를 이끌었다.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와 내부자의 증언을 모은 『언더조직 문화 인터뷰집』이 만들어졌고, 여기서 성차별적 규율, 사상교육, 사생활 통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당 차원의 결론은 분명했다. 학생운동 출신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비공개 조직이 노동당뿐 아니라 알바노조, 청년좌파 등 외부 단체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언더조직의 실체 — 공개 조직 위에 앉은 '비선 상왕'

당 조사와 보도를 종합하면, 언더조직은 공개된 정당과 시민단체 뒤에 자리한 비공개 소규모 네트워크였다. 학생운동·운동권 출신 핵심 활동가들로 구성됐고, 조직원과 조직의 존재 자체를 철저히 비밀로 유지했다. '안가(안전가옥)'라 불리는 장소를 두고 보안을 지키며 운영됐다는 증언도 있다.

그들은 당원이 선출한 공식 지도부 위에 존재하면서, 활동가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노동당·알바노조·청년좌파의 주요 간부 인선과 정치적 의사결정에 배후에서 개입했다. 돈과 사람을 쥔 쪽이 실질적 결정권을 갖는 구조, 그러니까 공개 조직을 수단화한 '상왕 운영'이었다.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은 보드게임 업체 대표인 김길오다. 사상교육, 자금, 인력으로 조직과 관련 단체를 좌우했고, 일부 보도는 그 영향력을 "폐쇄적 컬트에 가깝다"고 묘사한다. 다만 용혜인 측은 그와 당원 관계도 없으며 기본소득당 창당 이후에는 그런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해 왔다.

이 인맥과 자금이 노동당 내 기본소득 계열과 청년좌파를 거쳐 2020년 기본소득당 창당으로 이어졌고, 현 지도부 상당수가 그 시절 언더조직 관련 인물이라는 내부자 증언이 있다. 

왜 문제인가 

비밀조직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는 아니나, 문제는 그것이 무엇을 훼손했느냐에 있다.

첫째, 정당 민주주의의 훼손이다. 당원과 대의기구가 아닌 비선이 인사와 노선을 결정하면, 공당은 사실상 사조직의 외피가 된다. 당비를 내고 투표한 당원들은 자신이 뽑은 지도부가 실권자가 아니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 동원된 셈이다.

둘째, 이중성이다. 밖으로는 페미니즘, 노동, 기본소득을 내세우면서 안으로는 가부장적 생활통제와 반여성적 사상교육을 했다는 증언이 사건의 핵심이다. 표방한 가치와 실제 문화가 정반대였다면, 그것은 단순한 조직 운영의 실패가 아니라 기만이다.

셋째, 현재의 공직 적격성이다. 성평등 정책을 총괄할 장관 후보가, 바로 그 문화가 작동하던 시기에 청년좌파 대표와 노동당 대표를 지냈다는 사실이 논란의 중심이다.

넷째, 연속성 의혹이다. 조직이 해체되지 않고 기본소득당과 기본소득 네트워크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배우자 급여·특별당비·당 운영 구조 문제와 겹치면서 "조직 유지를 위한 정당"이라는 정치적 공격으로 결합됐다.

이념에 대해서는, 야당과 일부 언론은 "1980년대 제헌의회파 노선을 이으며 공산주의 혁명을 목표로 교육했다"고 하고, 심지어 "조선공산당 후계를 자처한 조직"이라고까지 규정한다. 그러나 2018년 당 조사에서 공개적으로 확인된 부분은 그보다 비밀 영향력과 성차별 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직이 드러낸 세 가지 문제

진상조사 보고서, 『언더조직 문화 인터뷰집』, 그리고 당시 활동가들의 증언에서 반복되는 문제는 세 갈래로 정리된다.

① 반여성·가부장적 사상교육과 생활 규율

여성 활동가를 대상으로 낙태 금지, 혼전순결, 이혼 금지, 연애 금지 같은 교육과 지침이 있었다는 것이다. 동성애 배제 등 성적 지향에 대한 배타적 규율도 거론된다. 지도부가 여성에게 "결혼하지 말라", "남성의 생활을 관리해 줄 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는 증언이 있다. 즉, 여성이 남성 활동가를 뒷바라지하라는 소위 '보위투쟁(保衛鬪爭)'을 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이 조직의 성 규범이 어느 시대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② 성희롱과 사생활 통제

알바노조 울산지부장 출신 우세하 등 내부자들의 증언은 구체적이다. "다리가 예뻐서 치마를 입고 오지 말라"는 식의 발언, 조직 책임자가 특정 여성 당원의 방에서 같이 자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증언, 여성 구성원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통제했다는 사례들이다. 조직원 관리라는 명목 아래 개인의 신체와 연애의 자율성이 조직의 소유물처럼 취급됐다는 것이다.

③ 위계, 침묵 강요, 그리고 사건 대응의 실패

문제를 제기하면 "활동가 자질이 없다", "예민하다"는 말로 배제됐다는 증언이 있다. 그 결과가 실제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 청년좌파다. 용혜인 후보자의 배우자 박기홍은 청년좌파 대표 시절 여성차별·성폭력 사건 대응 부실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그 후임으로 용혜인이 대표가 됐다. 노동당 여성위원장 출신 김윤영 등은 "이런 문화를 묵인한 사람이 성평등 장관이 된다"고 공개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문제의 본질은 "비밀조직이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민주적 통제 밖의 위계, 안팎이 다른 성 규범, 피해 제기를 억누르는 문화, 이 세 가지가 진보와 페미니즘을 내건 공간에서 작동했다는 점이다.

용혜인과의 관계 — 확인된 것과 주장된 것

2018년 이전, 용혜인은 알바노조 활동과 노동당 청년학생위원장 등을 거쳤다. 논란이 공식화된 2018년에는 청년좌파 대표였고, 그 직전 대표가 배우자 박기홍이었다. 당 조사에서 청년좌파는 언더조직의 영향권으로 지목됐다. 2019년에는 신지혜와 함께 노동당 공동대표가 됐다. 조사 이듬해 당권을 잡은 세대다. 2020년 노동당을 탈당해 기본소득당을 창당하고 대표가 됐으며 국회의원이 됐다.

용혜인이 언더조직에 정식 가입했다는 문서나 명부는 공개된 바 없다. 본인도 "참여·권유·목격한 적 없다", "단체 운영은 별개"라고 부인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가입 여부에 있지 않다. 직접 가입했든 아니든, 그가 대표를 맡았던 청년좌파와 노동당이 그 조직의 자금과 인사 영향 아래 있었고, 배우자를 비롯한 주변 인물 상당수가 그 네트워크 출신이라는 것이다. 우세하는 "기본소득당 주변 인물의 절반 이상이 당시 언더조직 구성원"이라고까지 말했다. 과거 피해 활동가들은 용 후보자 부부가 언더조직이 영향을 미치던 주요 단체의 대표직을 지내면서, 조직 핵심 인사들과 공간과 사업을 공유했다고 주장한다.

박기홍의 사퇴, 용혜인의 대표 승계, 기본소득당 창당과 원내 진출로 이어지는 경로는, "성차별 문제가 터진 뒤에도 같은 인맥이 당권을 이어받았다"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당시 노동당 안에서 성차별 행위에 대한 당 차원의 사과문 작성을 추진할 때 용 후보자가 반대 의견을 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사실이라면 '몰랐다'는 해명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대목이다.

후보자의 해명

용 후보자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언더조직에 참여하거나 권유받거나 목격한 적이 없다는 것, 활동 공간을 공유했을 뿐 비밀조직 운영과는 무관하다는 것, 그리고 김길오와는 당원 관계도 없고 기본소득당 창당 이후에는 그런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재점화된 성차별 묵인 의혹과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에서 상세히 답하겠다"는 입장이다. 출근길에서 김길오와의 관계를 묻자 "청문회에서 잘 준비하겠다"고만 답했다. 기본소득당 지도부는 언더조직 의혹을 법적 대응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의 주장을 가짜뉴스로 규정한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남는 문제

후보자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몇 가지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첫째, '가입하지 않았다'는 것과 '몰랐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언더조직이 영향력을 행사한 단체의 대표를 맡은 사람이 그 조직의 존재와 문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인터뷰집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알았다면 무엇을 했는지, 몰랐다면 대표로서 무엇을 놓친 것인지, 둘 중 하나는 답해야 한다.

둘째, 배우자가 성폭력 사건 대응 부실로 사퇴한 조직의 대표직을 바로 이어받았다. 이것은 개인의 사생활이 아니라 공적 조직의 인수인계 문제다. 전임자의 실패를 어떻게 평가했고 어떤 조치를 했는지가 검증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당시 노동당 진상조사후 사과문작성 추진 때, 용혜인이 이를 반대하였다는 보도다. 사실이 아니라면 명확히 반박하면 되고, 사실이라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는 말로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넷째, 공수가 바뀌었다. 3년 전 용혜인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해명 없이 출근길 문답을 끊는 것은 도망가는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하면 지금의 침묵은 어떻게 평가되는가.

다섯째, 이 사안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 야당만이 아니다. 우세하, 김윤영처럼 과거 같은 진영에서 함께 활동했던 진보 인사들이 "묵인·방관"을 직접 거론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성차별과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가 조직 안에서 묻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존재 이유인 부처다. 그 부처의 장관이 될 사람에게, 자신이 이끌던 조직 안에서 피해 제기가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묻는 것은 정치공세가 아니라 직무 적격성의 핵심 질문이다.

신중해야 할 지점

용혜인이 언더조직 구성원이었다는 물증은 없다. 당 조사 문건의 원문과 1차 자료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산주의 혁명 조직의 연속체'라는 주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물증이 없다는 것은 무죄의 근거이지 침묵의 근거는 아니다.

맺으며 — 청문회에서 확인해야 할 것

2018년 노동당 진상조사가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비공개 조직이 당과 청년·알바 단체의 인사를 움직였고, 그 안에 낙태 금지와 혼전순결 같은 반여성 교육과 성차별 문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용혜인은 그 한가운데 있던 청년좌파와 노동당의 대표였고, 배우자는 바로 그 직전 대표였다.

가입 명부가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관 후보자로서 그는 당시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본인의 입으로 설명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청문회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이념 딱지가 아니라 바로 그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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