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의원의 13가지 의혹, 수사 1년이 기억을 흐리게 한다.
시간이 지운 것은 죄가 아니라 기억이다 — 김병기 의원 13가지 의혹을 다시 새긴다
지난 9월 7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무소속 김병기 의원에 대해 특가법상 뇌물,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시민단체의 고발장이 접수된 것이 2025년 9월 11일이니, 꼭 1년 만이다.
1년. 사람의 기억이 닳아 없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온 나라가 들썩였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열세 가지 비위 의혹의 당사자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그는 2025년 12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고 2026년 1월 자진 탈당하는 것으로 정치적 책임을 갈음했다. 경찰은 그 사이 일곱 차례 소환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신병 확보는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1개월 내 신속 처리"를 권고하고 나서야 이루어졌다. 그동안 국민들은 그가 도대체 무슨 일로 수사를 받는지조차 가물가물해졌다.
나는 26년 동안 법정에서 시간이 어떻게 사건을 갉아먹는지 보아 왔다. 증인의 기억은 흐려지고, 서류는 사라지고, 무엇보다 사회의 관심이 식는다. 그래서 수사를 끄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략이 된다. 죄를 씻는 것이 아니라, 죄를 잊게 만드는 전략이다. 그 전략이 성공하는 순간 우리는 나쁜 선례 하나를 더 얻게 된다. "버티면 잊힌다"는 선례 말이다.
그래서 오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열세 가지 의혹을 다시 적어 둔다. 기록이 기억을 지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록해 두어야 할 의혹
첫째, 자식의 길을 아버지의 권력으로 닦았다는 의혹들이다.
차남의 숭실대 계약학과 편입 과정에 지역구 구의원과 보좌진을 사적으로 동원했다는 의혹
편입에 필요한 재직 요건을 맞추기 위해 한 중견기업에 차남의 취업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특혜성 의정활동을 약속했다는 의혹
차남의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취업을 청탁하고, 채용 후 빗썸에 유리한 의정활동을 했다는 의혹
그에 앞서 또 다른 거래소 두나무에도 차남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
국정원에 재직하는 장남의 업무를 국회 보좌관에게 대신 시켰다는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
둘째, 공천을 둘러싼 돈의 의혹들이다.
2020년 총선 전 동작구 구의원 두 사람으로부터 배우자를 통해 3,000만 원을 받았다가 돌려주었다는 의혹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관리위 간사로서, 강선우 의원이 1억 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
셋째, 배우자와 측근을 둘러싼 의혹들이다.
배우자가 동작구의회의 업무추진비(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
그 사건에 대한 경찰 내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
동작구의원에게 사실상 개인 비서 업무를 시켰다는 의혹
넷째,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한 편의 수수 의혹들이다.
신라레저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
대한항공으로부터 호텔 숙박권을 받았다는 의혹
보라매병원 진료 특혜, 그리고 대기업에 전직 보좌진의 인사상 불이익을 요구했다는 의혹
이 가운데 경찰이 구속영장에 담은 것은 차남 편입·취업, 공천헌금 묵인, 신라레저 후원금, 대한항공 숙박권, 업무추진비 유용 등 다섯 갈래다. 나머지 의혹들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이 역시 지켜보아야 한다.
변호사로서 덧붙이는 말
형사 변호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누구보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겁게 여긴다. 김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하며, 위에 적은 것은 모두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의혹'이다.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기 전까지는 죄인은 아니다.
그러나 무죄추정은 수사를 미루고 기억을 흐리게 하라는 원칙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신속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이 있어야 무죄추정도, 유죄의 확정도 의미를 가진다. 억울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법정에서 벗어야 하고, 죄가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물어야 한다. 시간을 끄는 것은 억울한 사람에게도,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도 형벌이다.
우리는 흔히 "세월이 약"이라고 말한다. 상처에는 그럴지 모르나 범죄에는 결코 그렇지 않다. 처벌받지 않은 채 잊힌 범죄는 다음 범죄의 교과서가 된다. 오늘 이렇게 그 당시 제기된 의혹을 적어 두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이 사건이 어떻게 끝나는지, 우리가 끝까지 지켜보기 위해서다.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시민이 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 가장 단단한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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