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로 듣고 싶겠지만, ‘문언’으로 말하는 사람.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 문언으로 읽어야 한다
2026. 9. 18. 기자회견을 보고
9월 18일 대통령의 기자회견. 진솔했다는 평도, 맹탕이라는 평도 있다. 국민은 ‘취지’로 듣고 싶겠지만, 이분은 ‘문언’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우리도 문언을 살펴야 한다.
1. 연임 — ‘생각이 없다’는 장래의 약속이 아니다
대통령은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생각이 없다’는 현재의 의사 표명이지 장래에 대한 약속이 아니다. 계약서라면 ‘하지 아니한다’고 썼을 것이다. ‘연임’이라는 단어도 문제다. 개헌 후 사직하고 권한대행 체제에서 출마하면 문언상 연임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을 염두에 둔다면, “어떤 경우에도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한 문장이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 문장은 끝내 말하지 않았다.
2. 공소취소 — 문 하나를 닫고, 다른 문은 열어 두다
대통령은 특검법에서 공소취소 조항을 빼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순진하게 그의 말을 받아들이면, 높게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특검의 권한 범위에서 빼라는 것이지, 자신의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자체를 어떤 경로로도 시도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아니다. 공소취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가능하고, 특검법 없이 형사소송법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법무부 장관에게는 지휘 계통이 있다. 그런데 그 지휘권을 쥐게 될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임명하지 않겠다고 하면 이 부분의 모든 의혹을 종결지을 수 있지만, 그는 생각해 보겠다고만 한다. 문 하나를 닫는 척 했지만, 열린 문은 하나는 그대로 둔 것이다.
3. 전세 — 단어는 고치고, 답은 생략하다
공정하게 말하면 기자의 인용이 틀렸다. 6월 발언은 전세가 “사라져가지 않을까”였지 ‘사라져야 한다’가 아니었다. 대통령의 정정은 옳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질문의 취지는 전세 제도를 지금 어떻게 보느냐였다. 그런데 단어 하나를 바로잡고는 “질문이 의미가 없어진다”라며 답변 전체를 생략했다. 전세 품귀에 시달리는 세입자가 듣고 싶었던 것은 과거 발언의 어미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이다.
4. 레버리지 ETF — 보고받은 사람은 있고, 결정한 사람은 없다
대통령은 도입 당시 보고를 받았고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결정 과정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누군가는 결정했겠죠”라고 했다. 그 사람 이름이 "누군가"인가?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다. 야당이 인용하는 증권가 추산 손실이 54조 원이다. 보고받은 사람은 있는데 결정한 사람은 모른다는 것이다.
5. 다르게 읽는 시각, 그러나
물론 다르게 읽는 분들도 있다. 연임을 부인하고 공소취소 조항 삭제를 스스로 요청한 것은 분명한 입장 표명이고, 전세 문답은 기자의 오인용에서 비롯된 것이며, ETF에 대해서는 정책의 부족함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생각이 없다’는 말도 정치인의 통상적 화법일 뿐 달리 해석할 일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편으로는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형 의사 표시, 범위를 한정한 발언, 단어 하나를 꼬투리잡기, 누군가가 누구인지를 감추는 화법을 쓰고 있다. 그 어느 것도 거짓말이라 단정하기 어려운 말투다. 훗날 “그런 말은 한 적 없다”고 뒤집을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선의로 읽을 것인지 문언으로 읽을 것인지를 정하려면, 그의 과거 행동과 발언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결국 앞으로의 행동을 보면 알게 되겠지만, 과거에 비추어 보면 믿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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