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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분 제도 총정리 — 상속세·비교법·공방전략·판례 동향

들어가며 — "효도한 자식이 왜 똑같이 받습니까" 상속 상담을 하다 보면 거의 빠짐없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10년 넘게 부모님을 모신 건 저인데, 명절에만 얼굴 비친 형제와 왜 똑같이 나눠야 합니까." 26년 동안 변호사로 일하면서 이 질문에 답해 온 제도가 바로 민법 제1008조의2의 기여분 입니다. 그런데 기여분은 상담실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효도'가 아니라 '특별한 기여'를 요구하고, 그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기여를 주장하는 쪽에 있습니다. 게다가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 2026년 3월 유류분 관련 민법 개정, 2026년 6월 대법원 판결로 기여분을 둘러싼 지형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 글은 다음 순서로 정리합니다. 기여분 제도의 법적 구조와 계산 방법 상속세와 기여분 — 흔히 오해하는 부분 바로잡기 2024 헌재 결정과 2026 민법 개정이 바꾼 것 일본·독일·프랑스·영미와의 비교 기여분을 주장하는 쪽의 전략 기여분을 다투는 쪽의 전략 주요 판례 분석 법원이 실제로 인정하는 수준 1. 기여분 제도의 법적 구조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위해 법정상속분을 고쳐 쓰는 장치입니다. 1990년 민법 개정으로 도입되었고, 2005년 개정에서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자'가 명시되어 부양형 기여가 독립 유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 요건과 효과 한눈에 보기 구분 내용 근거 주체 공동상속인만 가능. 사실혼 배우자, 며느리·사위, 상속을 포기한 자는 불가 제1008조의2 제1항 유형 ① 특별부양형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 제1항 유형 ② 재산기여형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 (무상 노무, 자금 출연, 채무 변제, 재산 관리 등) 제1항 핵심 요건 '특별성'(통상 기대되는 부양·협조를 넘을 것), 무상성, 기...

죽음을 중계하는 나라 — 사형제도와 집행방법을 다시 생각해 본다

두 개의 뉴스 지난 열흘 사이 미국에서 사형과 관련한 뉴스 두 건이 잇달아 전해졌다. 하나는 사형을 집행하려다 실패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사형 집행을 온 국민에게 보여 주겠다는 이야기다. 첫째는 테네시주다. 9월 30일, 1995년 직업학교 동급생 콜린 슬레머(당시 19세)를 잔혹하게 살해한 죄로 사형이 확정된 크리스타 파이크(50세)에 대한 약물주입 집행이 있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펜토바르비탈이 두 차례 투여되었는데도 그녀는 숨을 거두지 않았다. 팔이 아프고 타는 것 같다고 호소한 뒤 의식을 잃은 듯 보였으나 한 시간 가까이 코 고는 소리를 내며 호흡을 이어 갔고, 결국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변호인은 왼팔에서만 바늘 자국을 최소 일곱 군데 확인했다고 한다. 사형정보센터(DPIC)는 약물이 실제 투여된 뒤에도 살아남은 사례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테네시는 넉 달 전인 5월에도 토니 카루더스의 정맥을 한 시간 넘게 찾지 못해 집행을 중단한 바 있다. 빌 리 주지사는 이번 일을 두고 몹시 충격적이라며 연내 남은 집행을 멈추고 외부 독립 조사를 지시했다. 둘째는 국방부다. 2009년 텍사스 포트후드 기지에서 동료 군인 등 13명을 사살하고 30여 명을 다치게 한 전 육군 군의관 니달 말릭 하산에 대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사형 집행을 승인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12월 3일 포트후드에서 총살형으로 집행하며 국민이 지켜볼 수 있도록 공개하겠다고 말했고, 국방부는 10월 8일 이를 생중계하겠다고 확인했다. 장관은 범행이 일어난 바로 그 장소에서, 범행과 같은 목요일 오후 1시에 군인들이 소총으로 집행할 것이며 총살형을 택한 것은 고민할 것도 없는 결정이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승인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답했으나, 생중계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는 중이라고도 말해 최종 확정 여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미군의 사형 집행은 1961년 이후 65년 만이고, 총살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한쪽에서는 '인도적'이라...

가석방은 권리가 아니다 — 이화영 가석방 논란을 법으로 읽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금 가석방 심사 대상조차 아니다. 그리고 요건을 채우는 날이 오더라도 가석방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현직 변호사의 눈으로 그 이유를 차례로 풀어 본다. 가석방이란 무엇인가 가석방(假釋放)은 형기가 끝나기 전에 조건을 붙여 수형자를 미리 내보내는 제도다. 남은 형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감독을 받으며 남은 기간을 채우게 하는 것이다. 조건을 어기면 다시 교도소로 돌아간다. 제도의 취지는 두 가지다. 뉘우친 사람에게 사회 복귀의 길을 열어 주는 것, 그리고 과밀한 교정시설의 부담을 더는 것이다. 자주 혼동되는 가석방, 특별사면, 형집행정지 제도를 구별해 둘 필요가 있다. 가석방 · 특별사면 · 형집행정지 비교 제도 누가 결정하나 효과 가석방 법무부장관 (가석방심사위원회 심사) 조건부 석방, 남은 형기 동안 감독 특별사면 대통령 형 집행 면제 또는 선고 효력 상실 형집행정지 검사 중병 등 사유로 집행을 잠시 멈춤 가석방제도의 핵심은, 그것이 수형자의 권리가 아니라 국가가 베푸는 은혜적 조치라는 점이다. 즉, 요건을 채웠다고 해서 내보내 달라고 청구할 권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결정하는 제도도 아니다. 한국의 가석방 — 법은 3분의 1, 현실은 80% 형법 제72조가 정한 요건은 세 가지다. 기간 :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 무기형은 20년이 지나야 한다. 태도 : 행상(行狀)이 양호하고 뉘우침이 뚜렷해야 한다. 금전 : 벌금이나 과료가 함께 선고됐다면 완납해야 한다. 절차는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 교도소장이 대상자를 골라 적격심사를 신청한다. 본인이나 가족, 변호인에게는 신청권이 없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심사한다. 위원장은 법무부차관이다. 위원회가 적격으로 결정하면 법무부장관이 허가한다. 위원회는 나이, 범죄 동기, 죄명, 형기, 교정성적, 건강, 석방 후 생계와 생활환경, 재범 위험성을 종합해 판단한다(형집행법 제121조). 풀려난 뒤에는 남은 형기 ...

특별면회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 장소변경접견의 법리와 남용

국회의원이라는 신분만으로 칸막이 없는 방의 문이 열린다면, 그것은 법이 정한 특별면회가 아니다. 법령의 문언은 수형자의 교화와 면회자의 사정을 묻는데, 실무는 신청인의 지위에 따라 운용되고 있다. 변호사로 구치소 접견실을 자주 드나든 사람으로서, 이 제도의 법리와 남용 실태, 고칠 지점을 차례로 짚어 본다. 1. 특별면회란 무엇인가 '특별면회'는 법률 용어가 아니다. 정식 명칭은 장소변경접견이고, 접촉차단시설이 없는 장소에서 하는 접견을 말한다. 일반 접견은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한다. 회당 30분 이내이고, 수형자는 월 4회가 원칙이다. 장소변경접견은 그 칸막이를 치운 방에서 마주 앉는다는 점이 다르다. 손을 잡을 수 있고, 서류를 함께 볼 수 있고, 목소리를 낮출 수 있다. 법무부가 밝히는 제도의 목적은 분명하다. 일반 접견으로 풀기 어려운 사정이 생겼을 때 수용자의 안정을 돕고 사회복귀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병든 노모가 아들의 손을 한 번 잡아 보는 자리, 어린 자녀가 유리벽 없이 아버지를 만나는 자리를 떠올리면 된다. 제도의 출발점은 처우이지 예우가 아니다. 2. 법적 근거 — 원칙은 차단, 예외는 좁게 칸막이 있는 접견이 법률상 원칙이고, 장소변경접견은 사유가 한정된 예외다. 근거는 세 층으로 되어 있다. 법률.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제41조는 접견을 수용자의 권리로 정하면서,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하도록 한다. 예외는 변호인 접견, 미성년 자녀와의 접견,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다. 시행령. 제58조가 시간(30분 이내)과 횟수(수형자 월 4회)를 정하고, 제59조가 예외를 연다. 수형자는 교정성적이 우수하거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 미결수용자는 처우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다(미결수용자의 시간·횟수 예외는 제102조). 지침과 실무. 법무부 지침은 신청서에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고 증빙을 붙이게 하며, 교...

일본의 북알프스 알펜루트 4일 ㅡ 물길을 따라간 여행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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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창 없는 열차, 그리고 김해행 비행기 북알프스 알펜루트 4일 연재:  제1부 도야마와 쿠로베 댐 · 제2부 알펜루트 횡단 · 제3부 가미코치와 가나자와 · 제4부 토롯코 열차(지금 글) 마지막 날은 우나즈키(宇奈月) 온천에서 타는 "토롯코 열차"였다. 우나즈키역에서 가네쓰리역(鐘釣駅)까지 왕복이다. 토롯코(トロッコ)라는 말이 궁금했다. 트럭의 일본식 발음이 아닐까 짐작했는데, 맞았다. 영어 truck에서 온 말이다. 다만 화물자동차가 아니라, 광산이나 공사장에서 레일 위로 밀고 다니던 뚜껑 없는 화차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어는 자동차 트럭을 ‘토랏쿠’, 궤도 위의 화차를 ‘토롯코’로 나누어 부른다. 구로베 협곡철도 구로베 협곡철도(黒部峡谷鉄道)는 철로의 넓이가 762mm인 협궤다. 표준궤(1,435mm)의 절반을 조금 넘는 폭이다. 협곡이 워낙 험해서, 급한 굽이를 돌고 터널을 작게 뚫어 공사를 빨리 끝내려면 좁게 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나즈키(해발 약 224m)에서 종점 게야키다이라(欅平, 해발 약 599m)까지 20.1km를 1시간 20분에 간다. 평균 시속 15km 남짓, 터널 41개와 다리 21개를 지난다. 2024년 노토반도(能登半島) 지진으로 낙석 피해를 입어 한동안은 중간의 네코마타역(猫又駅)까지만 운행되었다. 지금은 전 구간이 복구되었으나, 우리는 종점 하나 앞인 가네쓰리(鐘釣)에서 돌아 나왔다. 구로베 협곡철도(黒部峡谷鉄道) 정거장 정거장 거리 소요시간 비고 우나즈키(宇奈月) 0.0km 출발 승하차 가능 · 기점 야나기바시(柳橋) 2.1km - 통과 (업무용) 모리이시(森石) 5.1km - 통과 (업무용) 구로나기(黒薙) 6.5km 약 25분 승하차 가능 · 구로나기 온천 사사다이라(笹平) 7.0km - 통과 (업무용) 다시다이라(出平) 9.1km - 통과 (업무용) 네코마타(猫又) 11.8km - 통과 (업무용) 가네쓰리(鐘釣) 14.3km 약 1시간 승하차 가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