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남은 축구 인생도 멋졌으면 좋겠다
손흥민, 멋진 마무리를 바라며
손흥민을 생각하면 늘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2019년 6월, 마드리드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 그해 봄 토트넘이 결승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극적인 승부의 연속이었고, 그 중심에서 손흥민은 기적을 써 내려갔다. 16강 도르트문트전에서는 홈 1차전 선제골로 3대0 대승의 물꼬를 텄다. 8강 맨체스터 시티전은 지금 봐도 손에 땀이 난다. 1차전에서 케인이 부상으로 쓰러진 경기, 손흥민의 결승골로 1대0. 2차전 원정에서는 손흥민이 두 골을 몰아넣으며 3대4로 지고도 원정 다득점으로 살아남았고, 종료 직전 스털링의 골이 VAR로 취소되는 순간 온 경기장이 얼어붙었다. 4강 아약스전은 1차전 홈 패배 후 원정 전반에 0대2로 끌려가다 후반에 루카스 모라가 세 골을 넣어 추가시간 마지막 순간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케인 없는 토트넘은 손흥민을 축으로 빠르고 과감했고, 그래서 기적이 가능했다. 그런데 결승전에 케인이 돌아왔다. 팀은 다시 케인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준결승까지 보여주던 흐름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리버풀에 0대2로 맥없이 졌다.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케인이 없을 때의 팀 작전과 케인이 합류한 뒤의 팀 작전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 그 변화가 하필 가장 큰 무대에서 팀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그로부터 6년 뒤, 케인이 떠나고 전력이 눈에 띄게 약해진 토트넘을 주장으로서 이끌어 2025년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구단의 오랜 무관을 끊은 우승이었고, 손흥민에게는 프로 경력 첫 메이저 트로피였다. 그리고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 LAFC로 새 무대를 옮겼다.
손흥민을 가장 효율적으로 살리는 방법은 분명하다. 강한 미드필드와 빠른 패스워크다. 공을 오래 소유하며 만들어가는 축구보다, 뒷공간을 향해 빠르게 연결되는 축구에서 그는 가장 빛난다. 그런데 국가대표팀도, 지금의 LAFC도 그 점에서 아쉽다. 오히려 손흥민이 내려와 공을 받고 경기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맡아야 하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그러니 골 수가 줄고, 이내 '에이징 커브'가 왔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물론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메시를 떠올려 보면, 나이 든 공격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는 결국 감독과 팀 전력이 좌우한다. 손흥민의 골 결정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그 결정력이 발휘될 상황을 팀이 얼마나 만들어 주느냐다.
한 사람의 인생이 노년에 접어드는 것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데, 선수가 선수로서의 노년에 접어든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서른 중반이면 인생으로는 한창인데, 선수로서는 황혼이라 불린다. 그러나 한 사람이 쌓아온 업적과 그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우리는 그를 예우하고 존중하며 자랑스럽게 은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기록으로 평가하는 것과 사람을 대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손흥민의 남은 축구 인생이 멋지게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남아있는 내 인생처럼. 그동안 손흥민이 우리에게 준 기쁨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마음은 당연히 돌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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