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④] 수사권 없는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의 7가지 현실

 


기획 연재 |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 검찰청이 사라진 뒤, 피해자는 누가 지키는가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④] 수사권 없는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의 7가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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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일부터 검사는 수사를 할 수 없다. 새로운 범죄를 직접 수사하는 것은 물론, 경찰이 넘긴 사건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직접 보완할 수 없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하고, 다른 범죄 혐의를 발견해도 경찰에 수사 요청만 할 수 있다.

얼마나 큰 변화일까. 대검찰청이 올해 3~4월 전국 12개 주요 검찰청의 사건 처리를 집계해 본 결과, 전체 5만5,174건 가운데 45.6%인 2만5,152건을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했다. 검찰로 넘어온 사건의 거의 절반을 검사가 직접 보완하였는데, 이제 경찰이 그 일을 모두 하여야 한다.

수사와 기소를 나눈다는 원칙은 말로는 간단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문제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검찰 출신 법조인들뿐 아니라 경찰 현장과 학계에서도 지적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일곱 가지로 정리해 본다.

문제 1. 구속된 피의자는 어디에 있어야 하나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구속 피의자의 신병이다. 구속기간은 예전과 같다. 경찰은 피의자를 구속한 뒤 10일 안에 검사에게 넘겨야 하고, 검사는 넘겨받은 뒤 10일 안에 기소하지 않으면 풀어줘야 한다. 보완수사가 필요하면 법원 허가를 받아 한 번, 1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 20일 동안 검사가 핵심적인 보완수사를 직접 했다. 그런데 이제 검사는 수사를 못 하고,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때, 피의자도 경찰로 돌려보내야 할까, 아니면 공소청이 계속 구속해 둔 채 사건 기록만 경찰에 보내야 할까. 개정법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

더 근본적인 질문도 있다. 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수사를 위한 구속’을 계속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피의자 쪽에서 보면, 경찰의 구속기간이 끝났는데 공소청을 거쳐 구속을 부당하게 늘렸다고 다툴 여지가 생긴다. 실제로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경찰의 보완수사를 위해 검사가 구속기간을 늘리는 것이니 실질적인 구속의 주체는 경찰이고, 결국 경찰이 최장 30일 구속 수사를 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 로스쿨 교수는 인신의 자유는 문제가 되면 헌법소원으로 이어질 만큼 중대한 사안인데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람을 가두는 문제에 대한 규정이 비어 있다는 것은 결코 사소한 입법 미비가 아니다.

물론, 대검찰청은 공소청 체제에서 수사기관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반드시 면담 기일을 잡아 피의자와 피해자, 담당 수사관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와 달리 이 면담은 참석 여부가 자율이어서, 사건 관계자가 오지 않으면 그만이다.

문제 2. 20일 안에 끝나지 않으면 풀어줘야 한다

개정법에 의하면,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은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마치고, 필요하면 1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두 달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구속 피의자의 구속기간은 공소청 단계에서 최장 20일뿐이다.

20일 안에 보완수사가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피의자를 풀어줘야 한다. 그리고 한 번 구속됐다가 풀려난 피의자는 다른 중요한 증거가 새로 나오지 않는 한 같은 범죄사실로 다시 구속할 수 없다. 한 현직 차장검사는 경찰이 구속기간 안에 보완수사를 제대로 해 주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고, 일이 꼬이면 살인 피의자도 일단 풀어줘야 해서 걱정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걱정되는 사람은 피해자다. 가정폭력, 스토킹, 성범죄처럼 가해자가 피해자를 알고 있는 사건에서 수사가 덜 된 채 가해자가 풀려나면 보복의 위험이 커진다.

문제 3. 경찰이 구치소로 출장을 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검사가 법무부 교정본부에 요청해 구치소에 있는 피의자를 검찰청 조사실로 불러 보완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른바 ‘출정 조사’로, 한 해 4만 건에 이른다. 그러나 10월 2일부터 법무부 소속 교정본부가 행정안전부 소속인 경찰이나 중수청을 위해 '출정 조사'를 위해 호송 업무를 계속 맡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결국 담당 형사가 왕복 두세 시간씩 걸리는 구치소까지 직접 찾아가 조사해야 한다.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지금까지는 피의자를 구속해 넘기면 신경 쓸 일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수사관이 구치소에 가서 조사해야 하니 오히려 손이 더 많이 가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서 더 심각한 역효과가 예상된다. 검사는 구속기간 안에 경찰 보완수사가 끝날지 장담할 수 없으니 구속을 자제하게 되고, 경찰은 구치소를 드나드는 번거로움 때문에 구속을 꺼리게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속해야 할 사람을 구속하지 않는 수사, 그 부담은 고스란히 피해자와 사회가 떠안게 된다.

문제 4. 검사가 들은 진술은 증거가 되지 못한다

정부와 여당은 직접 보완수사를 없애는 대신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제도를 새로 만들었다. 검사가 기소 여부나 재수사 요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 사건관계인, 경찰, 전문가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피해자와 고소인도 검사 면담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얻은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검사가 면담에서 결정적인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것을 증거로 만들려면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통화내역이나 CCTV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증거가 많아 결국 피해자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우려는 이미 현실로 확인됐다. 대검찰청은 지난 8월 일선 검찰청 4곳에서 개정법대로 4주간 시범 운영했는데, 그 결과 사실관계 확인 제도가 사건 관계자들을 ‘이중 소환’하는 불편을 낳는다고 분석했다. 면담에서 새 진술이 나와도 증거로 쓰려면 경찰이 같은 사람을 다시 불러 같은 진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검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다른 기관에 부탁하고 기다려야 하는 구조. 그 사이에 증거는 사라질 것이다.

문제 5. ‘요구’는 할 수 있어도 ‘강제’는 어렵다

개정법은 보완수사 요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검사가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고, 기존 수사관서에서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우면 상급 관서나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할 수도 있게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불이행’이 아니라 ‘부실 이행’이다. 경찰이 요구사항을 형식적으로만 조사하면 결과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불이행으로 보기 어려워, 징계 요구가 실질적인 통제 수단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의 시범 운영에서는 더 심각한 허점도 드러났다. 검사가 사건을 검토하다 새로운 범죄 혐의를 발견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도, 경찰에게는 이를 반드시 입건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검사가 찾아낸 범죄조차 경찰이 입건하지 않으면 그대로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문제 6. 검사가 다시 보지 않으면 사건은 그대로 끝난다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보고 스스로 종결한 불송치 사건도 기록은 공소청에 보내야 한다. 검사는 90일 안에 기록을 검토해 돌려줘야 하고, 문제가 있으면 최대 2회까지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으며, 그 재수사는 3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 

그러나 공소청 검사가 불송치 기록을 읽고 재수사를 요청하지 않으면 사건은 그대로 끝나게 된다. 이 때문에 사실상 경찰에 ‘불기소권’을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리고 검사는 기록을 읽을 수만 있을 뿐, 기록에 없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 기록 자체가 사라지거나 빠진 사건은 검사의 눈에 띌 기회조차 없다.

문제 7. 사건은 더 오래 걸리고, 법원도 부담을 진다

보완수사 요구는 횟수 제한이 없다. 경찰이 보완수사 중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를 발견하고도 수사하지 않으면 공소청의 요구가 되풀이되면서 사건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 실제로 새 제도를 미리 시험 운영해 보니,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경찰서 한 곳당 하루 평균 1건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법원의 부담도 커졌다. 공판 단계에서 증거가 부족해도 검사가 직접 보강할 수 없으니,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를 조사해야 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 입장에서는 이를 법원의 부당한 개입으로 볼 여지도 있어 새로운 다툼거리가 될 수 있다.



보완수사로 밝힐 수 있었던 사건의 진실, 이제는?

출범을 나흘 앞둔 9월 28일, 대검찰청은 마지막이 될지 모를 형사부 우수 수사사례를 발표했다. 대부분 경찰이 송치하거나 불송치한 사건을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해 진실을 밝혀낸 경우였다.

한 중학생 제자 성범죄 사건에서는 검사가 보완수사로 위력을 행사한 정황을 밝혀내 혐의를 더 무겁게 바꿨다. 스님을 추행으로 고소한 사건에서는 검사가 휴대전화와 통화내역을 확인해 허위 고소를 계획한 사실을 드러내고 오히려 고소인을 무고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한 사건과, 억울하게 누명을 쓸 뻔한 사람을 지켜낸 사건이다. 10월 2일부터는 검사가 이런 수사를 직접 할 수가 없다.

반대편의 설명도 들어보자

정부와 여당은 이렇게 주장한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은 1개월 안에 이행해야 하고, 사건번호를 그대로 두어 검사가 이행 여부를 관리하며, 경찰은 결과를 통보하기 전에 검사와 협의해야 한다. 불성실한 수사관은 교체하거나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맡길 수도 있다. 경찰도 이미 구속 피의자 보완수사 때 직접 구치소를 찾아가고 있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검사가 직접 수사하면 결국 자기가 만든 결론을 스스로 기소하게 되므로,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통제하는 것이 수사·기소 분리의 취지에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설명은 제도가 ‘잘 돌아갈 때’의 이야기다. 경찰이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고, 20일 안에 보완수사가 끝나며, 교정본부와 경찰과 공소청이 매끄럽게 협조할 때나 해당된다. 지금 현장에는 그런 여유가 없다. 인력은 모자라고, 미제는 쌓여 있으며, 구속 피의자를 어디에 유치할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수사와 기소를 나누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나눈 뒤에 생기는 빈틈을 누구도 메우지 않은 채 출발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 빈틈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범죄자이고, 빠져드는 것은 피해자이다.

📢 다음 회 예고

수사가 끝나도 재판이 남는다. 검찰에서 자백했어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가 되지 못하는 시대, 수사해 보지 않은 검사가 공소를 유지해야 하는 시대다. 달라진 법정에서 재판은 얼마나 길어지고, 피해자는 몇 번이나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 다음 글: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⑤] 검찰에서 자백해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끝? ― 달라진 법정의 문제

참고 자료

중앙일보, 「[단독] 공소청 4주 시범운영 해보니…“검사 면담, 보완수사 요구에 활용”」(2026. 9. 30.)

경향신문, 「구속 사건에 보완수사 요구하면 피의자는 어디로?…형소법 공백에 검찰 혼란」(2026. 8. 4.)

경향신문, 「범인 놓쳐도 경고, 수사 뭉개도 견책…정말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충분할까」(2026. 7. 30.)

법률신문, 「검사가 불렀는데 피의자가 안 오면? 구속 기간은? 보완수사권 폐지 땐 과제 첩첩」(2026. 4.)

「“구속 뒤 보완수사는 어디서?”…입법 때 예상 못한 부작용 속출 우려」(2026. 9. 16.)

인천일보, 「구치소 가는 경찰, 구속 피의자 보완수사 ‘막막’」(2026. 8.)

아시아경제, 「與형소법 개정안 ‘검사 면담’ ‘공소기각 확대’ 포함…실효성 지적」(2026. 7. 30.)

파이낸셜뉴스, 「78년 쌓아올린 檢 수사역량… 사실관계 확인에만 쓸 수 있어」(2026. 9. 23.)

뉴데일리, 「수사권 커지는데 ‘부실수사’ 누가 막나…보완수사 없애 견제장치 막막」(2026. 9. 22.)

「검사, 경찰에 ‘보완-재수사’ 요구 가능…미흡땐 수사기관 교체도」(2026. 8. 6.)

머니투데이, 「개정 형소법 시범운영…‘보완수사요구’ 경찰서당 하루 1건↑」(2026. 9. 23.)

한국일보, 「“중학생 제자 동의에 성관계” 교사 거짓말 ‘들통’…곧 사라질 ‘檢 보완수사’ 사례 봤더니」(2026.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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