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후보자, 스스로 물러남이 살 길이 아닐까

농장에 차린 시·도당, 가족이 운영하는 정당 

— 용혜인 후보자는 왜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솔직히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국회의원씩이나 된 사람이 벌인 일이라기에는 의혹들이 너무 치졸하고 유치해서, 일일이 논평하는 것 자체가 채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국무위원, 그것도 이름 자체가 가치 선언인 '성평등가족부'의 수장이 되겠다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가족 정당' 의혹, '유령 시·도당' 의혹, 그리고 그녀의 과거 행적이 그 부처의 이름값에 걸맞은가 하는 물음만큼은 그냥 넘길 수 없다. 물론 아직은 의혹이다. 그러나 확정되지 않았다고 덮을 일이 아니라, 국정조사로 밝혀야 할 일이라는 것이 이 글의 요지다.



하나. "직에 연연하는 모습이 안쓰럽다"던 그 목소리

2022년 국정감사장에서 용혜인 의원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직에 연연하는 모습이 안쓰럽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4년 뒤 장관에 지명된 그녀는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한다. 당이 원외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비례의원이 입각하면 사퇴하고 다음 순번에게 넘기는 것이 관행이었다. 비례 의석은 개인이 아니라 정당에 투표한 유권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는 2024년 총선에서 기본소득당이 아니라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명부로 당선되었다. 사퇴하면 의석은 민주당 추천 인사에게 넘어가고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된다. 겸직을 고수하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성정당으로 당선되고도 기본소득당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셀프 제명' 덕분이다.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은 비례의원이 스스로 당을 떠나면 의원직을 잃지만 '제명'되면 지키도록 한다. 부당한 축출로부터 의원을 보호하려는 규정인데, 위성정당은 이를 거꾸로 써서 선거 후 본인 요청으로 제명하고 원래 당으로 돌려보냈다. 2020년에도 2024년에도 그랬다. 어느 하나 위법은 아니지만, 어느 하나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예정한 모습은 아니다. 남의 '연연'은 안쓰럽고 나의 '연연'은 새로운 선례인가.

둘. '기본소득당'인가, '가족소득당'인가

후보자의 남편은 당의 주요 당직을 맡아 매월 300만 원 안팎의 당비를 받아 왔고 최근 최고위원에 선출되었다. 의원실 보좌진 9명 중 5명이 당직자·지역위원장 출신이다. 당은 "정당한 대가이며 당원 투표로 선출된 인사"라고 반박하지만, 문제는 절차의 형식이 아니라 구조다. 당비와 국고보조금이 섞인 당의 재정이 유일한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를 중심으로 순환하는 구조 위의 당원 투표를 당내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는가. 후보자가 사퇴하면 보조금이 줄 수 있어 당이 사퇴를 막는다는 비판까지 더해지면, 겸직의 이유는 연합정치가 아니라 보조금에 눈먼 탐욕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셋. 농장과 아파트에 등록된 시·도당

가장 무거운 대목이다. 기본소득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10개 시·도당 중 6곳의 주소지가 농장, 산골 건물, 개인 아파트로 확인되었고, 그곳에 올해 약 1억 5천만 원의 교부금이 내려갔다고 한다.

정당법상 정당은 5개 이상의 시·도당과 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갖추어야 성립한다. 이 요건을 맞추려 소재지를 허위 신고했거나 당원 수를 부풀렸다면 정당법 제59조 허위등록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제44조에 따른 등록취소 사유가 된다. 흔히 '해산'이라 하지만 헌재의 위헌정당 해산과는 다른 등록취소의 영역이다. 다만 등록취소가 곧 의원직 상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녀는 더불어민주연합 명부로 당선되어 제명된 뒤 새로 입당했고, 그 당이 본인과 무관한 사유로 등록취소되는 것은 제192조 제4항의 퇴직사유가 아니다. 야당의 '당선무효' 주장은 법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그러나 의원직이 법적으로 유지되는 것과, 허위로 등록된 정당을 지키려 그 의원직을 붙드는 것이 정당한가는 다른 문제다. 전자는 법의 영역이고 후자는 유권자의 영역이다.

당은 소수정당의 열악한 재정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딱하다고 법이 면제되지는 않고, 딱한 사정 위에서 보조금은 왜 꼬박꼬박 받았는지도 답해야 한다. 다른 군소정당도 그렇다는 말은 허용의 근거가 아니라 감독 부재의 증거일 뿐이다. 의석과 국고보조금을 가진 정당이 세금이 내려가는 시·도당을 농장에 세워 두었다면, 그것은 고충이 아니라 보조금을 받을 자격의 문제다. 허위등록과 보조금 부정수령은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이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선관위 조사와 수사가 뒤따라야 하고, 수사기관이 중립성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특검도 배제할 수 없다.

넷.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될 사람의 행적

그녀는 '유모차 출근'으로 워킹맘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아이돌봄사 국가자격제와 민간 돌봄업체 등록제를 도입하는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 표결에서, 재석 245명 중 반대표를 던진 두 명 가운데 한 사람이 그녀였다. 민간 돌봄 인력의 범죄경력과 건강을 확인해 아이를 맡기는 부모의 불안을 덜자는 법이었다. 후보자 측은 "민간 시장 확대로 국가의 돌봄 책임이 약화될 우려" 때문이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장관이 되면 그녀가 바로 그 법을 집행해야 한다. 자신이 반대한 제도를 자신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녀가 활동하던 기본소득정치연대는 2018년 "No work, Yes money"를 핵심 구호로 내걸고 서울역에서 캠페인을 벌였고, 그 자리에 그녀도 있었다. "일어나 돈 받아야지"라는 문구가 담긴 게시물도 공유되었다.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일하지 않아도 돈을 받자는 구호를 들었던 사람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책임지는 부처의 장관이 되겠다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물어볼 필요가 있다. 결혼 당시 지지자들 사이에서 '신혼여행 보내기 모금'이 벌어져 논란이 되었던 일도 있다. 후보자 측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돈이 어떻게 모이고 쓰였는지는 청문회에서 밝힐 일이다.

여기에 당의 전신에서 비선 조직 내 성차별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이를 묵인·방조했다는 논란과, 여성 정치인 육성을 위한 '여성정치발전비' 일부가 퀴어퍼레이드 참가비로 쓰여 목적 외 사용 논란이 인 일도 있다. 행사의 가치를 어떻게 보든 그 돈이 용도대로 쓰였는지는 회계의 문제다. 이것들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성평등과 돌봄을 말할 자격을 잃은 것이고, 아니라면 국정조사장에서 증명하면 된다.

다섯. 그래서, 국정조사와 수사다

나는 이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대성에 비추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인사청문회 며칠로는 부족하다. 시·도당의 실체, 교부금의 흐름, 당비 수령의 근거, 여성정치발전비 집행 내역은 국정조사로 확인하고,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로 이어져야 한다.

장관은 국민이 맡기는 자리다. 맡기기 전에 묻는 것은 무례가 아니라 의무다.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젊은 여성 정치인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라는 방패 뒤로 숨는 것은, 그녀가 4년 전 국정감사장에서 비판했던 바로 그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용혜인 후보자는 장관이 되기 전에 먼저 이 질문들에 답해야 한다. 답하지 못한다면, 그 자리는 그녀의 것이 아니다.

마무리

돌아보면 그녀의 정치 이력은 하나의 궤적을 그린다. 세월호 침묵행진으로 이름을 알렸고, 없어져야 할 괴물 제도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틈을 위성정당으로 파고들어 두 번이나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보인 행보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세상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이 들 만큼 영리했다.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으라고는 하지 않겠다. 제도의 맹점을 파고든 것이니 그 정도의 약삭빠름은 인정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장관직은 다르다. 국민이 잘 모르고 있을 때는 그런 방식이 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관 후보자가 된 지금, 그녀는 온 국민의 눈앞에 서 있고 국민은 이제 그녀의 실질을 알게 되었다. 알고도 허용하는 것과 모르고 지나치는 것은 다르다. 그만큼 누렸으면 자신의 실력과 능력에 비해 과분하게 살아왔음을 깨달을 때도 되었다. 이제 욕심을 내려놓고 장관 후보직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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