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이 사라지는 날, 피해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검찰청이 사라지는 날, 피해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 준비 없이 출발하는 중수청·공소청, 그리고 공수처의 교훈

먼저, 무엇이 바뀌나

10월 2일, 78년 동안 이어진 검찰청이 문을 닫습니다. 그 자리를 세 기관이 나눠 맡습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부패·경제·마약 같은 큰 범죄를 수사하는 곳입니다. 행정안전부 소속입니다.

공소청: 수사는 하지 않고, 재판에 넘길지(기소)를 판단하고 법정에서 재판을 담당합니다.

경찰: 일반 고소·고발 사건 대부분을 맡습니다.

여기에 2021년 먼저 만들어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를 계속 맡습니다.

한 기관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하면 권력이 한곳에 몰린다는 것이 이번 개편의 출발점입니다. 그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새 기관들이 당장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모습은 개혁의 완성이라기보다 문부터 열고 출발하는 ‘개문발차’에 가깝습니다.


1. 책임질 사람이 없다

새 제도를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 한꺼번에 비어 있습니다.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은 물론,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까지 핵심 보직 네 자리가 모두 공석입니다.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는 9월 8일 지명됐지만 정치권 반대에 부딪혀 임명 절차가 멈춰 있습니다.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추가 검증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공소청장은 더 막막합니다. 공소청장 후보를 추릴 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이 꾸려야 하는데, 그 장관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경찰청장 자리도 21개월째 비어 있습니다.

회사가 합병하는 날 사장도, 부서장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누가 결정하고 누가 책임지는지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2. 수사할 사람이 모자란다

중수청은 정원만 보면 큰 조직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9월 11일 기준 특별임용 지원자는 1,761명으로 정원 2,874명의 61.3% 수준이고, 지원자가 모두 뽑히는 것도 아니어서 실제 인원은 더 줄어듭니다.

더 큰 문제는 구성입니다. 중수청으로 옮기는 검사 80명 가운데 33명이 부장급 이상 간부이고, 평검사는 47명으로 전체 정원의 1.6% 정도에 불과합니다. 간부는 있는데 현장에서 뛸 사람이 부족한 구조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검사가 중수청으로 가면 검사 직함을 내려놓고 수사관이 되는데, 처우나 승진에서 뚜렷한 이점이 없다고 보는 분위기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수사 권한은 옮기면서, 사람이 따라올 이유는 만들어 주지 않은 셈입니다.

시설도 임시방편입니다. 서울의 중수청 본청 건물에는 유치장이 없어 체포한 피의자를 경찰 유치장에 맡겨야 합니다. 자체 수사 전산망은 2029년에야 갖춰질 예정이어서, 그때까지는 경찰청 시스템을 함께 써야 합니다.

3. 대구중수청,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대구 시민 누구에게 물어봐도 대구중수청 위치를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법조인이나 수사경찰 정도나 알고 있을 겁니다.

대구청은 남구 대명동 남산빌딩에 들어섭니다. 하지만 이 건물은 아직 공사 중입니다. 1992년에 지어진 30년 넘은 건물로, 개청일까지는 민원·수사·행정에 꼭 필요한 공간만 먼저 만들고 나머지는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완성할 계획입니다. 8월 말 취재 당시에는 임대 계약도 최종 체결되지 않았고, 입주를 위한 본격적인 철거 공사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무엇이 준비됐는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피의자 조사실, 압수물 보관시설, 보안·전산시설이 개청 시점에 어느 수준까지 갖춰지는지 준비단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간판은 9월 21일에야 걸렸고, 출범 나흘 전인 28일에도 청사 외벽에서는 정비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사람도 가장 적습니다. 대구청 정원은 223명으로 전국 6개 지방중수청 가운데 가장 적습니다. 이 인원으로 대구와 경북 전체의 중대범죄를 맡아야 합니다.

4. 공수처는 어디에 있습니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변호사로 26년을 일해 온 필자도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했습니다. 공수처는 서울에만 있는지, 지방에도 사무소가 있는지 말입니다.

찾아보니 공수처는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5동에 있습니다. 공수처 홈페이지는 고소·고발장을 이 주소의 사건관리담당관실로 등기우편으로 보내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대구나 부산, 광주 같은 지방에는 별도의 청사나 사무소가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과천의 청사도 공수처만의 건물이 아니라 정부청사 한 동의 일부를 빌려 쓰는 것이고, 독립청사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이제 계획을 세운 단계입니다.

출범한 지 5년이 넘은 기관인데도 변호사조차 위치를 헷갈릴 정도라면, 일반 시민은 어떻겠습니까. 대구의 한 시민이 지역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알게 되었다면, 그는 과천까지 올라가야 하는지, 우편으로 보내면 되는지, 그 뒤 조사는 어디서 받는지 알 길이 막막합니다. 이것이 5년 동안 ‘새 기관’을 운영해 온 결과입니다. 그리고 이제 중수청과 공소청이라는 새 이름이 두 개 더 생깁니다.

5. 사건이 기관 사이를 떠돌 수 있다

제도가 바뀌면 가장 먼저 헷갈리는 사람은 피해자입니다. 사기를 당했다면 경찰로 가야 할까요, 중수청으로 가야 할까요.

기관끼리도 경계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고위공직자 범죄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갖는데, 중수청과 공수처 모두 관련 범죄까지 수사할 수 있어 사건에 따라 관할이 겹칠 수 있습니다. 경찰 사건도 중수청이 가져가겠다고 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넘겨야 하지만, 그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 기준은 아직 없습니다.

경찰도 이 점을 걱정했습니다. 경찰청은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며 이른바 ‘핑퐁’이 되면 사건 관계인이 혼란과 권익 침해를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을 행정안전부에 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수청에 알려야 하는 범죄가 58만 건에 이릅니다.

기관들이 누가 맡을지 정하는 동안, 증거는 사라지고 범죄로 번 돈은 빠져나갑니다. 그 비용은 결국 피해자가 치릅니다.

6. 공수처: 이미 한 번 본 장면

‘새 기관을 만들면 잘될 것’이라는 기대가 어떻게 끝날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공수처에서 보았습니다.

올해 7월 말 기준 공수처가 처리하지 못한 사건은 1,153건이고, 그중 2년 넘게 묵은 사건이 77건입니다. 그런데 출범 이후 재판에 넘긴 사건은 모두 7건뿐입니다. 1년에 평균 1건 남짓이고, 2023년에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올해 예산은 297억 원입니다.

비상계엄 수사에서는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공수처는 대통령 체포영장을 처음 집행하러 갔다가 5시간 반 만에 물러섰습니다. 당시 공수처, 검찰, 경찰이 모두 수사에 뛰어들었고,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받아 주도권을 잡았지만 오히려 일이 꼬였습니다. 여러 기관이 한 사건을 두고 다투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조직을 키우려 합니다. 검사 정원을 지금의 두 배인 50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고, 독립청사 건립 계획도 확정했습니다.

새 체계에서도 갈등은 이어집니다. 공수처는 경찰과 공수처가 중대범죄를 알게 되면 중수청에 알리도록 한 시행령 조항에 공식적으로 반대했습니다. 행안부 소속인 중수청에 정보가 넘어가면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가 자기 범죄 정보를 알게 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입니다. 새 기관들이 서로 선을 긋는 동안, 시민의 사건은 그 선 위에 놓이게 됩니다.



7. 반론도 분석해 볼까요?

공정하게 보자면, 이번 개편을 지지하는 쪽의 주장도 가볍지 않습니다.

첫째, 수사와 기소를 나누는 것은 많은 나라가 택한 원칙입니다. 한 기관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하면, 스스로 수사한 사건을 스스로 재판에 넘기면서 무리한 판단을 걸러내기 어렵습니다. 권력을 나눠 서로 견제하게 하자는 취지는 옳다는 것입니다.

둘째, 큰 조직을 바꿀 때 초기 혼란은 피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출 때까지 기다리면 개혁은 영영 시작되지 않으니, 일단 출범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 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논리입니다.

셋째, 공수처의 부진은 기관 자체보다 설계의 한계 탓이라는 반론입니다. 공수처에서 일했던 부장검사도 수사에 전념하기 어려운 인력 구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 기관 간 이첩 갈등을 문제로 꼽으며, 검사 25명·수사관 40명 정원으로는 수사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람과 권한을 제대로 주지 않고 성과만 탓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모두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반론들이 오히려 지금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수사·기소 분리가 옳은 원칙이라면, 그 원칙이 실제로 작동할 조건도 함께 갖춰야 합니다. 원칙이 옳다고 해서 준비 부족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초기 혼란이 불가피하다면, 그 혼란을 줄일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지휘부 인선, 관할 기준, 시민 안내는 과도기에 생기는 부작용이 아니라 출발 전에 끝냈어야 할 기본입니다. 청사 공사가 늦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도, 책임자 네 명이 모두 없는 채 출발하는 것은 과도기가 아니라 준비 부족입니다.

공수처의 부진이 설계 탓이라면, 더더욱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사람이 오지 않는 구조, 관할이 겹치는 구조, 기관끼리 다투는 구조, 그리고 시민이 위치조차 모르는 구조. 공수처가 5년 동안 보여준 문제가 중수청에서 더 큰 규모로 반복될 조짐이 이미 보입니다.

8. 개혁은 현판식이 아니다

검찰에 권한이 지나치게 몰려 있었다는 비판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그 문제를 고치려는 시도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개혁은 선포로 끝나지 않습니다. 현판식 사진은 하루면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시민이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고 물을 때 답해 줄 창구와 사람과 책임자가 없다면, 그것은 아직 제도가 아니라 구호입니다.

10월 2일 이후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검찰의 권력이 아닙니다. 권력을 새로 나누겠다고 나선 쪽의 책임과 능력입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휘부 인선을 서두르고, 중수청 지방청과 공수처의 위치와 관할, 기존 사건이 어디로 넘어가는지를 시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알려야 합니다. 대구 시민이 대명동 공사장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일도, 과천이 어디냐고 되묻는 일도 없도록 말입니다.

📌 10월 2일 이후, 알아두면 좋은 것

일반 고소·고발 → 원칙적으로 경찰에 합니다.

7대 중대범죄(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 중수청. 대구·경북은 대구 남구 대명동 남산빌딩의 대구지방중대범죄수사청입니다.

고위공직자 범죄 → 공수처.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47 정부과천청사 5동이며, 고소장은 등기우편으로도 접수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 가까운 경찰서에 먼저 접수해도 됩니다. 중대범죄에 해당하면 기관끼리 사건을 넘기게 되어 있습니다.

경찰이 사건을 넘기지 않기로 결정하면(불송치) →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서울신문, 「수장 공백 속 출범 앞둔 중수청… 간판만 ‘한국형 FBI’ 우려」(2026. 9. 28.)

법률신문, 「‘아직도 공사 중’ 중수청… 직제도 못 정한 공소청」(2026. 9.)

매일신문, 「[길 잃은 민생수사] 임대 계약 미체결·인력 부족한데…대구중수청 문부터 연다」(2026. 8. 18.)

경북일보·대구일보, 대구중수청 청사 외벽 정비·간판 설치 사진기사(2026. 9. 21., 9. 28.)

일간투데이, 「중수청 출범 코앞인데 ‘3대 위협’ 경고」(2026. 9.)

연합뉴스TV, 「공수처, 중수청 시행령 반대…출범까지 ‘첩첩산중’」(2026. 6. 30.)

뉴데일리, 공수처 미제사건·예산 관련 보도(2026. 8. 21., 9. 22.)

이데일리, 「‘능력·인력 부족’ 공수처 무용론 재점화」(2025. 1.), 「출범 이후 2년간 기소 단 3건」(2023. 5.)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홈페이지 고소·고발 안내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대통령의 반려는 문서로 존재하는가

‘취지’로 듣고 싶겠지만, ‘문언’으로 말하는 사람.

헌법으로 본 대법관 임명제도의 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