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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담장을 넘는 돈 — 영치금 21억 원 시대, 제도개선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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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숫자 앞에서 법률가가 던지는 질문 2026년 10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5년 7월 10일 재구속된 뒤 2026년 9월 9일까지 받은 영치금이 약 19억 5천만 원, 김건희 여사가 2025년 8월 12일 구속된 뒤 받은 영치금이 약 2억 4천만 원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을 합하면 21억 9천만 원으로, 올해 대통령 연봉의 8배에 이른다. 이 숫자를 두고 한쪽에서는 "지지자의 정성"이라 하고, 다른 쪽에서는 "교도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이라 한다. 그러나 2000년부터 변호사로 일하며 수많은 의뢰인을 구치소 접견실에서 만나 온 필자가 보기에, 이 논쟁은 진영의 언어로 다툴 일이 아니다. 법률가가 던져야 할 질문은, 영치금이라는 제도는 본래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가, 지금 그 목적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그리고 고친다면 누구의 어떤 권리를 얼마나 제한해도 되는가이다. 구치소 접견실에서 만난 수많은 수용자에게 영치금은 "두유 몇 개, 양말 한 켤레, 편지지 한 묶음"의 문제였다. 가족이 없는 수용자에게는 그마저 없었다. 그 기억을 가진 사람으로서, 한 사람의 계좌에 하루 백 건씩 입금이 쏟아지는 지금의 풍경은 낯설다. 이 글은 그 낯섦의 정체를 법과 제도의 언어로 풀어 보려는 시도다. 1. 영치금 제도 — 보관 한도는 있으나 입금 한도는 없다 영치금의 정식 명칭은 '보관금'이다. 수용자가 입소할 때 가지고 온 돈과 가족·지인이 보내 준 돈을 교정시설이 맡아 두는 것이다. 수용자는 이 돈으로 시설 안에서 허용된 식품, 일용품, 도서를 산다. 외부와의 현금 거래를 막으면서도 수용자의 최소한의 생활과 재산권을 지켜 주려는 제도다. 현행 운용의 뼈대는 법무부 예규인 「보관금품 관리지침」이다. 핵심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표 1] 현행 영치금(보관금) 관리 기준 항목 현행 기준 시설 내 보관 한...

북한산 인수봉 이야기 — 아름다움과 위험이 함께 서 있는 바위

왜 지금 인수봉인가 요 며칠 '인수봉'이라는 이름이 검색어 순위에 자주 오르내렸다. 반가운 소식 때문이 아니다. 2026년 10월 4일 오전 10시 59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북한산 인수봉 일대에서 암벽등반을 하던 60대 여성이 약 30m 아래로 추락했고, 헬기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고양경찰서는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튿날인 10월 5일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관심이 크게 일었다. 같은 개천절 연휴에 설악산 대청봉 부근에서도 등산객이 다치는 사고가 이어졌고, 가을 단풍철 산행 안전 문제가 함께 거론되면서 인수봉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회자되었다. 내게도 인수봉에 대한 기억이 하나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1984년, 누구와 무슨 일로 갔는지는 이제 아련하지만 백운대에 오른 적이 있다. 정상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니 인수봉 꼭대기에 선 사람들과 깎아지른 바위벽에 매달린 사람들이 보였다. 정상에 선 이들의 쾌감은 부러웠지만, 줄 하나에 몸을 맡기고 매달린 모습을 보면서 위험을 감수하는 그 스포츠가 내게는 무모해 보였다. 인수봉에서 대학 산악부원들이 얼어 숨졌다는 1983년 참사를 뉴스로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그 모습이 더 위험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40여 년 만에 사고 소식을 접하니 그날의 장면이 다시 떠오르면서 궁금해졌다. 그때 내가 건너다보았던 저 거대한 바위는 어떤 곳이고, 그 위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쌓여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인수봉의 기본 정보부터 이름에 얽힌 옛이야기, 한국 암벽등반사에서 차지하는 자리, 그리고 반복되어 온 사고와 일반인이 인수봉을 즐기는 방법까지 차례로 정리해 본다. 인수봉은 어떤 봉우리인가 인수봉은 해발 약 810.5m로, 북한산에서 최고봉 백운대(836.5m)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다. 백운대·만경대와 함께 세 봉우리가 솟아 있다 하여 북한산의 옛 이름이 '삼각산(三角山)'이 되었다. 행정구역으로는 서울 강북구와 경...

비자(VISA)는 약속입니다 — 네팔과 조지아가 우리에게 묻는 것

어제 저녁, 네팔에서 우리 국민 24명이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관광비자로 들어가 현지 기독교 교육기관의 종교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붙잡혀 이민국으로 넘겨졌고, 추방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매일신문, 2026.10.12 ). 그분들은 아마 선한 마음으로 떠났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네팔 당국의 판단은 간단했습니다. "관광비자로는 종교 활동을 할 수 없다." 선의였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1년 전 장면도 떠오릅니다. 2025년 9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우리 기술자 317명이 허리에 쇠사슬을 차고 족쇄를 찬 채 끌려가는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많은 국민이 분노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미국 당국이 내세운 이유 역시 같았습니다. "그 비자로는 그 일을 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이유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비자 문제로 붙잡히면 우리는 "너무 가혹하다"고 느낍니다. 반대로 외국인이 한국에서 비자 목적을 어기면 "왜 제대로 단속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두 감정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원칙을 가리킵니다. 비자는 약속이고, 약속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지켜져야 한다 는 것입니다. 이 글은 그 원칙을 우리 국민, 사회,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해외로 출장·선교·봉사를 떠나는 우리 국민 에게: 네팔과 조지아의 일이 내 일이 되지 않도록. 외국인 정책을 걱정하는 우리 사회 에게: 불안과 분노를 넘어 실제로 효과 있는 해법을 찾도록. 한국에 오는 외국인 에게: 몰라서 법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비자는 '입국 허가'가 아니라 '목적의 약속'입니다 많은 사람이 비자를 "그 나라에 들어가도 된다는 허락"으로 생각합니다. 법적으로는 조금 다릅니다. 비자는 "이 목적으로, 이 ...

기여분 제도 총정리 — 상속세·비교법·공방전략·판례 동향

들어가며 — "효도한 자식이 왜 똑같이 받습니까" 상속 상담을 하다 보면 거의 빠짐없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10년 넘게 부모님을 모신 건 저인데, 명절에만 얼굴 비친 형제와 왜 똑같이 나눠야 합니까." 26년 동안 변호사로 일하면서 이 질문에 답해 온 제도가 바로 민법 제1008조의2의 기여분 입니다. 그런데 기여분은 상담실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쉽게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효도'가 아니라 '특별한 기여'를 요구하고, 그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기여를 주장하는 쪽에 있습니다. 게다가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 2026년 3월 유류분 관련 민법 개정, 2026년 6월 대법원 판결로 기여분을 둘러싼 지형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 글은 다음 순서로 정리합니다. 기여분 제도의 법적 구조와 계산 방법 상속세와 기여분 — 흔히 오해하는 부분 바로잡기 2024 헌재 결정과 2026 민법 개정이 바꾼 것 일본·독일·프랑스·영미와의 비교 기여분을 주장하는 쪽의 전략 기여분을 다투는 쪽의 전략 주요 판례 분석 법원이 실제로 인정하는 수준 1. 기여분 제도의 법적 구조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위해 법정상속분을 고쳐 쓰는 장치입니다. 1990년 민법 개정으로 도입되었고, 2005년 개정에서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자'가 명시되어 부양형 기여가 독립 유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 요건과 효과 한눈에 보기 구분 내용 근거 주체 공동상속인만 가능. 사실혼 배우자, 며느리·사위, 상속을 포기한 자는 불가 제1008조의2 제1항 유형 ① 특별부양형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 제1항 유형 ② 재산기여형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 (무상 노무, 자금 출연, 채무 변제, 재산 관리 등) 제1항 핵심 요건 '특별성'(통상 기대되는 부양·협조를 넘을 것), 무상성,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