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1회) |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 검찰청 폐지, 중수청·공소청 출범

 기획 연재 |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 검찰청이 사라진 뒤, 피해자는 누가 지키는가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①] 검찰청 폐지, 수장도 사람도 청사도

 없는 중수청·공소청

연재를 시작하며

10월 2일, 78년 동안 이어진 검찰청이 문을 닫는다. 그 자리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공소청, 경찰이 나눠 맡고, 고위공직자 범죄는 2021년 먼저 생긴 공수처가 계속 맡는다.

한 기관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쥐면 권력이 한곳에 몰린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개혁의 성패는 법조문이 아니라 현장에서 갈린다. 그리고 지금 현장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휘부는 비어 있고, 수사할 사람은 모자라며, 새 청사는 공사 중이다. 5년 전 만든 공수처는 거액의 예산을 쓰고도 성과가 극히 미미한데, 이제 그보다 수십 배 큰 기관을 같은 방식으로 출범시키려 한다. 이미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는 눈에 띄게 늦어졌고, 현장의 법조인들은 제대로 수사받지 못하고 묻혀버린 사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범죄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사건은 수사 부족으로 사라지며, 국가 예산은 낭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수사시스템이 풍비박산 난 것이다. 이 연재는 그 현실을 일곱 차례에 걸쳐 짚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책임질 사람이 없다

새 제도를 이끌 주요기관의 기관장이 공석이다.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은 물론,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까지 모두 미임명 상태인 것이다.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는 9월 8일 지명됐지만, 정치권 반대에 부딪혀 임명 절차가 멈췄다.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추가 검증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공소청장은 더 막막하다. 추천위원회를 법무부 장관이 꾸려야 하는데, 그 장관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이다. 경찰청장 자리도 21개월째 비어 있다.

회사가 합병하는 날 사장도, 부서장도 없다면, 누가 결정하고 누가 책임지는지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중수청, 수사할 사람이 모자란다

중수청 정원은 2,874명이다. 그런데 9월 11일 기준 특별임용 지원자는 1,761명으로 정원의 61.3%에 그쳤고, 지원자가 모두 뽑히는 것도 아니어서 실제 인원은 더 줄어들 것이다.

구성은 더 기형적이다. 중수청으로 옮기는 검사 80명 가운데 33명이 부장급 이상 간부이고, 평검사는 47명에 불과하다. 법조경력 10년 이상 검사는 과장급으로 임용되기 때문에, 실제 수사 실무를 맡을 검사 출신 수사관은 22명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간부는 있는데 현장에서 뛸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검사가 중수청으로 가면 검사 직함을 내려놓고 수사관이 되는데, 처우나 승진에서 뚜렷한 이점이 없다. 수사 권한은 옮기면서, 사람이 따라올 이유는 만들어 주지 않은 것이다.

시설과 장비도 임시방편이다. 서울 본청 건물에는 유치장이 없어 체포한 피의자를 경찰 유치장에 맡겨야 한다. 자체 수사 전산망은 2029년에야 갖춰질 예정이어서 그때까지 경찰청 시스템을 빌려 써야 한다. 

대구중수청,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대구 시민 누구에게 물어봐도 대구중수청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법조인이나 수사경찰 정도나 알고 있을 것이다.

대구청은 남구 대명동 남산빌딩에 들어선다. 1992년에 지어진 30년 넘은 건물이다. 개청일까지는 민원·수사·행정에 꼭 필요한 공간만 먼저 만들고, 나머지는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8월 말이 되고서 겨우 임대 계약을 체결하여, 급하게 준비중인 것이다.

무엇까지 준비됐는지 분명하지 않다. 피의자 조사실, 압수물 보관시설, 보안·전산시설이 개청일에 어느 수준까지 갖춰지는지 알 수가 없다. 간판은 9월 21일에야 걸렸고, 출범 나흘을 앞둔 현재 외벽 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대구청 정원은 223명으로, 전국 6개 지방중수청 가운데 가장 적다. 이 인원으로 대구와 경북 전체의 부패·경제·마약·사이버 범죄를 맡아야 한다. 준비단은 개청 이후 업무량을 보고 필요하면 인력을 보완하겠다고 한다. 먼저 문을 열고 부족하면 나중에 채우겠다는 말이다. 그 사이에 사건 당사자들은 수사지연의 불편을 겪게 될 것이다.


사건이 기관 사이를 떠돈다

기관 사이의 경계도 흐릿하다. 고위공직자 범죄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갖는데, 중수청과 공수처 모두 관련 범죄까지 수사할 수 있어 관할이 겹칠 수 있다. 경찰이 수사하던 사건도 중수청이 가져가겠다고 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넘겨야 하지만, 그 ‘정당한 사유’의 기준이 아직 없다.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는 이른바 ‘핑퐁’이 벌어지면, 사건 관계인이 혼란과 권익 침해를 겪을 수 있다. 기관들이 누가 맡을지 정하는 동안, 증거는 사라지고 범죄수익은 은닉되어 회수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 10월 2일 이후, 알아두면 좋은 것

일반 고소·고발 → 원칙적으로 경찰에 한다.

7대 중대범죄(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 중수청. 대구·경북은 대구 남구 대명동 남산빌딩의 대구지방중대범죄수사청이다.

고위공직자 범죄 → 공수처.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47 정부과천청사 5동이다.

어디로 갈지 모를 때 → 가까운 경찰서에 먼저 접수해도 된다. 중대범죄에 해당하면 기관끼리 사건을 넘기게 되어 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6개월)에 이의신청. 기한이 새로 생겼으니 주의해야 한다.

더 자세한 안내와 제도 개선 제언은 연재 마지막 회(7회)에서 정리한다.

📢 다음 회 예고

출범한 지 5년이 넘은 공수처는 어디에 있고, 그동안 무엇을 해왔을까? 26년차 변호사도 선뜻 답하지 못한 공수처의 주소와, 한 해 3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쓰는 기관의 성적표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공수처의 길을 중수청이 그대로 따라갈 위험을 짚어본다.

▶ 다음 글: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②] 공수처 5년의 성적표 ― 변호사도 모르는 주소, 기소 7건

참고 자료

서울신문, 「수장 공백 속 출범 앞둔 중수청… 간판만 ‘한국형 FBI’ 우려」(2026. 9. 28.)

법률신문, 「‘아직도 공사 중’ 중수청… 직제도 못 정한 공소청」(2026. 9.)

매일신문, 「[길 잃은 민생수사] 임대 계약 미체결·인력 부족한데…대구중수청 문부터 연다」(2026. 8. 18.)

경북일보·대구일보, 대구중수청 청사 사진기사(2026. 9. 21., 9. 28.)

일간투데이, 「중수청 출범 코앞인데 ‘3대 위협’ 경고」(2026. 9.)

파이낸셜뉴스, 「72년 만의 형사사법 체계 대전환…수사·기소 완전 분리 닻 올린다」(2026.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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