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온천, 수건을 안줘?
일본 온천에는 수건이 없다?
— 유후인 여탕 앞에서 벌인 수건 소동 —
2024년 1월, 집사람과 벳푸·유후인·오이타 일대로 골프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귀국하는 날 오전, 유후인에서 마지막 온천을 즐기기로 하고 동네의 당일치기 온천에 아무 준비 없이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남탕으로 들어가서 옷을 다 벗고 보니, 수건을 전혀 주지 않는 곳이었다.
나야 남자니까 선풍기 바람에 몸을 대충 말리고 머리는 젖은 채로 나오면 그만이다. 문제는 여탕에 들어간 집사람이었다. 수건 없이 어쩌고 있을지 걱정이 되어 급히 밖으로 나와 수건을 사 들고 여탕 앞을 서성였다. 누구라도 나오면 전달을 부탁할 참이었다. 마침 일본 여성 한 분이 나오길래 구글번역기를 돌려 사정을 설명하고 수건을 건넸다. 그분이 사명감을 가지고 여탕 안에서 집사람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밖에까지 다 들렸다. 한참 후 그분이 웃으며 나왔고, 나는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일본말을 공손하게 건넸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쓰."
그런데 정작 온천욕을 마치고 나온 집사람은 너무나 태연했다. 내가 그리 애태운 것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에이, 그냥 둘 걸.' 물론 속으로만 한 말이다.
이건 실수가 아니라 일본 온천의 문화이다. 일본 온천은 한국의 대중목욕탕과 달리 수건을 무료로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다. 시설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우리가 갔던 당일치기 온천이나 동네 목욕탕은 수건을 주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개인 수건을 직접 챙겨가거나, 카운터에서 요금을 내고 큰 수건을 대여하거나 작은 수건을 구매해야 한다. 반면 료칸이나 온천 호텔은 숙박객에게 기본으로 제공한다. 객실에 큰 타월과 작은 수건이 비치되어 있고, 이것을 들고 대욕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물론 일부 고급 료칸은 온천 입구에 수건을 쌓아두고 자유롭게 쓰게 하기도 한다. 여행 내내 호텔 온천만 다니다가 마지막 날 동네 온천에 갔으니, 수건이 없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일본 온천에서는 수건 사용 매너도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
첫째, 탕 안에 수건을 넣으면 절대 안 된다. 위생상의 이유로 수건을 온천물에 담그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다. 일본 온천에서 작은 수건을 머리 위에 얹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되는데, 멋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수건을 물에 넣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탕 가장자리에 올려두어도 된다.
둘째, 목욕 공간에는 작은 수건만 들고 들어간다. 몸을 감싸는 큰 타월은 탈의실 사물함에 두고, 몸을 닦는 작은 수건 하나만 가지고 입욕하여야 한다.
셋째, 탕에서 나와 탈의실로 돌아가기 전에는 그 작은 수건을 꽉 짜서 몸의 물기를 최대한 닦아내야 한다. 탈의실 바닥에 물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배려다.
넷째, 목욕 후에 나와서 머리를 말리거나 화장할 때는 속옷부터 먼저 챙겨 입어야 한다. 한국이나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는 벌거벗은 채로 화장을 하거나 돌아다니는 문화가 없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남의 나라에서 한국 목욕탕 다니듯 빈손으로 들어갔으니 마땅히 겪을 일을 겪은 것이다. 그래도 그 덕에 이름 모를 일본 여성분의 친절도 경험했고, 집사람의 대범함도 새삼 확인했으니 남은 인생도 그리 바둥거리며 살 이유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당일치기 온천에 가려면 작은 수건 하나는 꼭 가방에 넣어 가는 게 좋겠다. 그 작은 수건 하나만 챙겨가도 여탕 앞에서 서성일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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