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이자와마치 - 일본의 대표적 휴양지

 

도쿄에서 한 시간, 온 마을이 쉼터 – 가루이자와

여름이면 생각나는 마을이 있다. 나가노현의 가루이자와(軽井沢)다. 도쿄역에서 호쿠리쿠 신칸센을 타면 1시간 10분 남짓, 창밖 풍경이 도심에서 산으로 바뀔 즈음 열차는 조용한 작은 역에 멈춘다. 나는 이곳을 여름에만 두 번 다녀왔다. 골프와 휴양을 곁들인 여행이었다. 두 번 모두 돌아오는 길에는 "다음에 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부자들이 사는 휴양 마을

가루이자와는 마을 전체가 관광과 휴양에 특화된 곳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은 산간 마을의 소득 수준이 일본에서도 손꼽힐 만큼 높다는 점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도쿄와 가까우면서도 여름이 서늘하고 쾌적해 은퇴한 자산가, 기업 경영자, 전문직, 예술가들이 별장을 짓거나 아예 주소지를 옮겨온다. 둘째, 대규모 아웃렛과 고급 리조트, 골프장(가루이자와72골프장은 6개코스 108홀 규모로 매년 여름 JLPG 대회가 열린다)이 밀집해 있어 상업 밀도가 매우 높다. 잘 가꾸어진 별장 숲길을 걷다 보면 이 마을이 왜 '일본의 대표 피서지'로 불리는지 저절로 이해가 된다.

철길을 경계로 나뉘는 두 얼굴

가루이자와역을 중심으로 마을은 두 구역으로 나뉜다. 역 북쪽은 '긴자거리'로 불리는 상점가와 연못, 오래된 교회가 있는 구시가지다. 아기자기한 가게와 소바집, 카페가 줄지어 있어 걷는 재미가 있지만, 성수기에는 식당 앞 대기줄이 꽤 길다. 철길 건너 남쪽은 프린스 호텔, 골프장, 스키장, 그리고 거대한 프린스 쇼핑 플라자 아웃렛이 자리한 신시가지다. 숙박은 대개 프린스 리조트를 이용하게 되는데, 골프와 쇼핑, 휴식이 한 울타리 안에서 해결된다.

구시가지까지는 도보로 가도 되고 자전거를 빌려도 좋다. 다만 마을 전체를 자전거로 한 바퀴 쭉 돌아보는 것은 한 번쯤 꼭 해볼 만하다. 낙엽송 숲 사이 별장 길을 천천히 달리는 기분은 이 마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가루이자와 역



아웃렛, 그리고 개들의 천국

프린스 쇼핑 플라자는 점포가 다양하고 가격이 놀랄 만큼 저렴하다. 면적이 워낙 넓어 사람이 많아도 쇼핑에 불편이 없다. 인상적인 것은 펫샵과 애견 공원이다. 반려견을 데리고 온 가족이 많아 정말 잘 관리된 다양한 견종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간다. 대부분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 분위기도 차분하다.

한 정거장 너머, 호시노의 숲

역에서 기차로 한 정거장 거리인 나카가루이자와로 가면 전혀 다른 가루이자와를 만난다. 호시노 리조트 일대는 자연림 속에 숙소와 온천, 산책로가 숨어 있는 곳이다. 두 번째 여행에서는 골프를 마친 뒤 이곳에서 며칠을 보냈는데, 새소리와 물소리 말고는 들리는 게 없었다. 숙소에 TV조차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이렇게 귀한 것이었나 싶었다.

사계절이 있는 마을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서늘한 날씨,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스키까지 계절마다 즐길거리가 있어 일본 각지에서 사람이 찾아온다. 아직 한국인에게는 덜 알려졌고,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한 시간 넘게 들어와야 하는 탓에 한국 관광객이 많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편안하다. 조용한 여행, 골프와 쇼핑, 숲속의 휴식을 한 번에 원한다면 가루이자와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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