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딸은 왜 조민이 아닌가 -한동훈의 딸과 조국의 딸은 다르다

다시 소환된 '딸' 논쟁

결론부터 말하면, 두 사건은 '고위공직자 자녀의 스펙 논란'이라는 껍데기만 같을 뿐 법적 실체가 다릅니다. 한쪽은 위조·허위 증명서를 국내 의학전문대학원에 내서 세 번의 재판 끝에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고, 다른 쪽은 고발된 혐의 전부가 불송치로 끝난 사건입니다.

2026년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의원 딸의 이른바 '허위 스펙' 의혹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2022년 11월 경찰의 국제형사사법공조 요청을 서울중앙지검이 법무부에 넘기지 않고 자체 '불송부'한 사실이 보도되면서입니다. 민주당은 "장관의 딸이라 봐준 것"이라고, 조국혁신당은 "우리 가족은 털고 자기 딸은 덮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분노의 감정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법은 감정이 아니라 구성요건과 증거로 말합니다. 26년 동안 형사 법정에 서 온 변호사로서, 두 사건이 왜 같은 저울에 오를 수 없는지 다섯 가지 법적 논거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눈에 보는 두 사건

구분 조민 씨 사건 한동훈 의원 딸 사건
문제된 서류동양대 총장 표창장(위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 명의 인턴십 확인서(허위), 자기소개서해외 오픈저널·논문 데이터베이스 게재글, 전자책, 앱 출품, 봉사활동
발급 명의타인(대학 총장·국립대 기관장) 명의본인 명의 게시물
제출처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관리과해외 플랫폼, 미국 대학 지원 과정
적용 혐의허위작성공문서행사,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저작권법 위반 등(고발)
본인 태도항소심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 모두 인정의혹 부인, 저작권자 승인 주장
결과1·2심 벌금 1,000만 원, 2025년 5월 확정. 입학 취소·의사면허 취소2023년 12월 28일 혐의없음·공소권없음 불송치. 수사심의위도 재수사 불요
판단 주체법원(1·2심)경찰(수사종결)

표만 봐도 차이는 분명합니다. 조민 씨 사건의 핵심은 '남의 이름으로 된 가짜 증명서'였고, 한 의원 딸 사건의 핵심은 '본인 이름으로 올린 글을 누가 썼는가'라는 의혹이었습니다. 이 차이가 법적 판단을 갈랐습니다.

논거 하나 — 위조된 '남의 이름'이 없다

형법의 문서위조죄는 남의 명의를 도용해 문서를 만드는 것을 처벌합니다. 조민 씨 사건의 표창장은 동양대 총장의 이름을, 인턴십 확인서는 국립대 기관장의 이름을 빌렸습니다. 그래서 사문서위조와 허위공문서의 문제가 되었고, 부모의 유죄도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한 의원 딸 사건에는 누군가의 직인을 흉내 낸 증명서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문제된 것은 본인 이름으로 올린 글과 활동입니다. 대필 의혹이 사실이라 해도, 대필 그 자체는 우리 형법에서 독립된 범죄가 아닙니다. 문서죄의 문턱에서 이미 두 사건은 갈라집니다.

논거 둘 — 방해받을 '업무'가 있어야 한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상대방에게 진위를 심사하는 업무가 있고, 그 심사를 거쳤는데도 속았을 때 성립합니다. 대법원이 허위 서류에 의한 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를 판단할 때 따져 온 기준이기도 합니다.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사정은 제출 서류를 평가하는 전형적인 심사 업무입니다. 법원은 조민 씨가 허위 서류로 평가위원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경찰은 한 의원 딸의 글이 올라간 해외 학술지·데이터베이스에 구체적인 심사 규정이 없어 등록만으로는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심사 없이 올라가는 게시판에는 속을 주체도, 방해받을 업무도 없습니다. 도덕적 비난과 형사처벌의 경계가 바로 여기입니다.

논거 셋 — 저작권은 권리자의 문제다

저작권법 위반죄는 원칙적으로 권리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입니다. 저작물의 주인이 문제 삼지 않는데 제3자가 나서서 처벌을 요구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한 의원 측은 저작권자의 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해 왔고, 경찰도 이 부분을 공소권없음 등으로 정리했습니다. 시민단체의 고발은 수사의 단서일 뿐, 권리자의 의사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논거 넷 — '불송부'는 검사의 사법통제이지 장관의 지시가 아니다

지금 민주당 공세의 중심은 국제공조 불송부입니다. 그러나 경찰의 공조 요청이 검찰을 거치도록 한 것은, 검사가 그 필요성을 걸러내라는 취지입니다. 걸러낼 수 있는 권한을 주고서 걸러냈다고 범죄라 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이 밝힌 사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점, 실체 규명에 꼭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점, 미국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논거 둘에서 본 대로, 심사 절차조차 없는 플랫폼이 주된 쟁점이라면 미국 자료가 결론을 바꿀 수 있었을지는 충분히 의문을 가질 만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경찰의 태도입니다. 불송부 통보 뒤 경찰은 사유를 보완해 다시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자료가 꼭 필요했다면 다시 두드렸어야 할 곳은 수사의 주체인 경찰이었습니다.

장관 개입설에는 구조적 문제도 있습니다. 당시 검찰청법상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었습니다. 장관이 지검의 개별 공조 판단에 직접 손을 넣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위법 행위를 주장하는 것이고, 위법을 주장하는 쪽에 증명 책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습니다.

논거 다섯 —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준 것도,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없앤 것도 민주당이다

불송치는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 내렸습니다. 경찰은 행정안전부 소속이고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습니다. 경찰이 스스로 사건을 끝낼 수 있게 한 1차 수사종결권은 2021년 민주당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도입된 제도입니다.

시기도 봐야 합니다. 한동훈 장관은 2023년 12월 21일 이임했고,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그 뒤인 12월 28일에 나왔습니다. 이어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경찰 수사심의위원회도 재수사가 필요 없다고 보았습니다.

역설은 하나 더 있습니다. 경찰의 불송치에 불복해 사건을 검찰로 넘기는 이의신청은,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고발인에게서 사라졌습니다. 이 사건의 고발인은 시민단체였고, 그래서 검찰의 재검토를 받을 길이 막혔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제도가 낳은 결과를 두고 상대의 외압을 탓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반론과 그에 대한 답

"불송치는 무죄가 아니다." 맞습니다. 불송치는 법원의 무죄 판결이 아니고, 윤리적 논란까지 지워주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람을 세 번의 재판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과 같은 줄에 세울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무죄추정의 최소한입니다.

"압수수색 0건, 피고발인 서면조사 1회는 봐주기다." 강제수사의 강도는 범죄 성립 가능성에 비례해야 합니다. 구성요건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본 사건에 압수수색을 남발하지 않은 것을 봐주기라 부르면, 조국 사건 때 '과잉수사'를 비판한 신도 자기모순이 됩니다. 다만 수사가 충분했는지는 검증할 수 있는 질문이고,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새 사실이 나오면 재수사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전자책을 팔았으니 영리 목적이고 친고죄가 아니다." 저작권법은 영리 목적 등 일부 경우를 친고죄에서 제외하므로 따져볼 여지는 있습니다. 그러나 권리자가 이용을 승인했다면 침해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쟁점은 고소 요건이 아니라 승인의 사실관계이며, 이를 뒤집을 증거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지검이 법무부에 올리지도 않고 불송부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례적이라는 것과 위법이라는 것은 다릅니다. 법무부는 이미 진상 확인에 나섰고, 그 법무부는 지금 정부의 법무부입니다. 개입의 증거가 있다면 그 결과로 말하면 됩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직권남용을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법을 앞지르는 일입니다.

맺으며 — 같은 잣대, 다른 결론

공정은 두 사건에 같은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잣대를 대는 것입니다. 같은 구성요건과 같은 증명 기준을 대면, 위조 증명서를 낸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은 다른 결론에 이르는 것이 정상입니다.

조민 씨에게는 확정판결의 무게를, 한 의원의 딸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자녀의 일을 부모의 정치적 지위로 재단하는 일은 어느 진영이든 멈춰야 합니다. 그것이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수사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내세웠던 원칙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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