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은 권리가 아니다 — 이화영 가석방 논란을 법으로 읽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금 가석방 심사 대상조차 아니다. 그리고 요건을 채우는 날이 오더라도 가석방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현직 변호사의 눈으로 그 이유를 차례로 풀어 본다.
가석방이란 무엇인가
가석방(假釋放)은 형기가 끝나기 전에 조건을 붙여 수형자를 미리 내보내는 제도다. 남은 형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감독을 받으며 남은 기간을 채우게 하는 것이다. 조건을 어기면 다시 교도소로 돌아간다.
제도의 취지는 두 가지다. 뉘우친 사람에게 사회 복귀의 길을 열어 주는 것, 그리고 과밀한 교정시설의 부담을 더는 것이다.
자주 혼동되는 가석방, 특별사면, 형집행정지 제도를 구별해 둘 필요가 있다.
| 제도 | 누가 결정하나 | 효과 |
|---|---|---|
| 가석방 | 법무부장관 (가석방심사위원회 심사) | 조건부 석방, 남은 형기 동안 감독 |
| 특별사면 | 대통령 | 형 집행 면제 또는 선고 효력 상실 |
| 형집행정지 | 검사 | 중병 등 사유로 집행을 잠시 멈춤 |
한국의 가석방 — 법은 3분의 1, 현실은 80%
형법 제72조가 정한 요건은 세 가지다.
- 기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 무기형은 20년이 지나야 한다.
- 태도: 행상(行狀)이 양호하고 뉘우침이 뚜렷해야 한다.
- 금전: 벌금이나 과료가 함께 선고됐다면 완납해야 한다.
절차는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
- 교도소장이 대상자를 골라 적격심사를 신청한다. 본인이나 가족, 변호인에게는 신청권이 없다.
-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심사한다. 위원장은 법무부차관이다.
- 위원회가 적격으로 결정하면 법무부장관이 허가한다.
위원회는 나이, 범죄 동기, 죄명, 형기, 교정성적, 건강, 석방 후 생계와 생활환경, 재범 위험성을 종합해 판단한다(형집행법 제121조). 풀려난 뒤에는 남은 형기 동안 보호관찰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법 조문만 보면, 형기의 3분의 1을 채우면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전혀 다르다. 2024년 교정통계연보 기준으로 가석방 허가자의 약 90%가 형기의 70% 이상을 채운 사람이었고, 80% 이상을 채운 사람도 절반을 넘는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주진우 의원이 "통상 형량의 80~90%를 다 채우고,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하고, 자백도 하고 반성도 할 때 가석방이 가능하다"고 지적하자, 가석방심사위원장인 법무부차관은 "네. 맞는다"고 답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나
나라마다 기준과 결정 주체가 다르다. 아래 표는 유기형을 기준으로 한 큰 틀이며, 세부 내용은 죄명과 형기에 따라 달라진다.
| 국가 | 최소 복역 기준 | 결정 주체 | 특징 |
|---|---|---|---|
| 한국 | 형기의 1/3 | 법무부장관 (행정처분) | 실무상 70~80% 이상 복역 후 허가 |
| 일본 | 형기의 1/3 | 지방갱생보호위원회 (행정기관) | 조문은 한국과 같지만 실제로는 형기 대부분을 채운 뒤 허가 |
| 독일 | 형기의 2/3 (초범·단기형 등은 1/2) | 형집행법원 (사법처분) | 판사가 재범 위험을 직접 심사 |
| 프랑스 | 대체로 형기의 1/2 | 형적용판사·형적용법원 | 직업·가족·피해 배상 등 사회 복귀 노력을 요구 |
| 영국 (잉글랜드·웨일스) | 형의 종류에 따라 다름 | 일반 정기형은 법정 시점에 자동 석방, 무기형·중범죄는 가석방위원회 | 위험성 평가가 중심 |
| 미국 | 주마다 다름 | 주 가석방위원회 | 연방은 1987년 이후 범죄부터 가석방을 폐지하고 선행 감형과 보호관찰부 석방으로 대체 |
세부 내용은 죄명과 형기에 따라 달라진다.
눈에 띄는 차이는 누가 결정하느냐다. 한국과 일본은 행정부가, 독일과 프랑스는 법원이 결정한다. 법원이 결정하는 나라에서는 정치적 압력이 끼어들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공통점도 분명하다. 어느 나라든 재범 위험과 반성 여부를 가장 무겁게 본다. 그리고 권력형 부패 범죄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댄다.
이화영 가석방, 왜 지금은 안 되나
먼저 확정된 사실부터 정리한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 그룹에서 억대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고 800만 달러 대북송금에 공모한 혐의로 2025년 6월 5일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 벌금 2억 5,000만 원, 추징금 3억 2,595만 원이 확정됐다. 2022년 9월 28일 구속됐으니 수감 기간은 4년을 넘어 5년째다.
7년 8개월의 3분의 1은 약 2년 7개월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이미 지났다. 그런데도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10월 8일 국정감사에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석방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유는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형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7년 8개월은 하나의 형이 아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에 대한 징역 7년과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징역 8개월, 두 개의 형이다. 공직선거법 제18조 제3항이 정치자금법 제45조의 정치자금부정수수죄와 다른 죄의 경합범은 형법 제38조에도 불구하고 분리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어서다.
이진수 직무대행의 설명은 이렇다. "법에서는 각 형에 대해서 3분의 1 이상의 유기징역형이 집행돼야 (가석방의) 기본 요건을 갖출 수 있다." 합산한 7년 8개월이 아니라 7년과 8개월 각각에 대해 3분의 1을 채워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집행 순서의 문제가 생긴다. 형사소송법 제462조는 두 개 이상의 형은 무거운 형을 먼저 집행한다고 정한다. 다만 검사가 소속 장관의 허가를 얻어 무거운 형의 집행을 정지하고 다른 형을 집행할 수 있다. 실무에서 '형집행순서변경'이라 부르는 절차다.
이 조문을 이 사건에 대입하면 답이 나온다. 지금 집행 중인 것은 징역 7년 형이고, 그 3분의 1인 2년 4개월은 이미 지났다. 반면 8개월 형은 순서 변경이 없는 한 집행이 시작되지 않았으니 3분의 1을 채울 수가 없다. 이진수 직무대행이 요건 충족 시점을 묻는 질문에 "두 개의 형이기 때문에 형종 변경 등의 실무적인 문제가 있다"고만 답했다. 법무부가 순서 변경 여부를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형집행순서의 변경은 없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법률가로서 볼 때, 법무부의 답변은 법리상 옳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1995년에 이 문제를 정리했다(1995. 3. 23. 93헌마12, 각하 결정의 이유). 형법 제72조 제1항의 '형기'는 합산한 형기도, 마지막에 집행되는 형의 형기도 아니고 언제나 '각 형의 형기'이며, 따라서 여러 개의 형이 확정된 수형자는 각 형의 형기를 모두 3분의 1 이상씩 지나야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그 근거로 바로 형사소송법 제462조를 들었다.
같은 결정은 가석방의 성격도 못 박았다. 가석방은 수형자의 요청이나 희망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교정당국의 형사정책적 판단에 따라 주어지는 '은혜적 조치'일 뿐이고,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가석방을 요구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변호인을 통해 가석방을 '요구'하는 모습이 법리와 어긋나는 이유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같은 결정에서, 검사가 제462조 단서에 따라 집행 순서를 바꾸면 합산 형기의 3분의 1만 지난 시점에도 각 형에 대해 동시에 가석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를 이 사건에 대입하면, 순서를 바꿔 8개월 형을 약 80일만 집행해도 형식 요건은 채워진다. 대법원도 순서 변경이 가석방 요건 충족을 돕기 위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순서 변경은 수형자의 권리가 아니라 검사의 재량이고 장관의 허가가 필요하다. 추가 재판 두 건이 진행 중인 사람에게 가석방을 열어 주려고 순서를 바꾼다면 그 자체가 특혜 시비를 부를 것이다. 결국 진짜 쟁점은 형식 요건이 아니라 뒤에서 볼 실질 요건이다.
둘째,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는 진행 중인 사건이 두 개가 더 있다.
- 이른바 '연어 술파티' 회유 주장과 관련한 위증 사건: 2026년 6월 1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 경기도 관내 업체와 쌍방울 측에서 약 5억 원의 뇌물·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2024년 추가 기소된 사건: 1심이 진행 중이다.
두 사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다만 가석방 실무는 별개다. 추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수형자는 형이 더 늘어날 수 있고 재범 위험 평가도 끝낼 수 없어, 실무상 심사 대상에 올리기 어렵다.
셋째, 신청도 없었고 대통령의 권한도 아니다
법무부는 가석방 신청이 없었고,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이나 대통령실, 여권으로부터 문의나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애초에 가석방 심사는 교도소장의 신청으로 시작된다.
변호인은 "이 대통령 측에 여러 통로로 가석방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움직이지 않고 있어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가석방 허가권자가 아니다.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수단은 특별사면인데, 이는 전혀 다른 제도이고 정치적 책임의 무게도 다르다.
넷째, 벌금과 추징금이 남아 있다
형법 제72조 제2항은 벌금이 함께 선고된 경우 그 금액을 완납해야 가석방할 수 있다고 정한다. 법무부 가석방 업무지침은 추징금도 심사 전까지 완납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부지사에게 확정된 벌금은 2억 5,000만 원, 추징금은 3억 2,595만 원이다. 납부 여부는 공개된 바 없지만, 내지 않았다면 이것만으로도 가석방은 불가능하다.
요건을 채워도 가석방은 부적절하다
나는 언젠가 가석방의 형식적 요건을 모두 채우더라도, 다음 네 가지 이유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가석방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1. 공직을 이용한 범죄다
확정판결이 인정한 범죄는 생계형 범죄가 아니다. 광역자치단체 부지사라는 지위에서 기업의 돈을 받고, 거액의 외화가 북한으로 넘어가는 일에 관여한 사건이다. 형집행법은 가석방 심사에서 범죄 동기와 죄명을 보도록 하고 있다. 공직 부패에 대한 형 집행이 중간에 느슨해지면, 엄하게 선고한 판결의 의미가 사라진다.
2. '뉘우침이 뚜렷하다'고 볼 수 없다
가석방의 법정 요건은 뉘우침이 뚜렷할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확정판결 이후에도 사건이 조작됐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재심을 구하는 것은 그의 권리다. 그러나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뉘우침을 전제로 한 은전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억울하다면 갈 길은 재심이지 가석방이 아니다.
3. 다른 수형자와의 형평에 어긋난다
이름 없는 수형자들은 죄를 인정하고 모범적으로 생활하고도 형기의 70~80%를 채워야 나간다. 7년 8개월의 80%는 6년을 넘는다. 혐의를 부인하고 추가 재판까지 받는 사람이 그보다 먼저 나간다면, 교정 현장에서 가석방 기준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된다.
4. 이해관계가 얽힌 결정은 신뢰를 잃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당사자다. 가석방 허가권자인 법무부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변호인이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통령에게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라며 공개적으로 석방을 요구한 직후에 가석방이 이뤄진다면, 국민은 그것을 법 집행이 아니라 거래로 받아들일 것이다. 실제 사정이 어떻든 그렇게 보이는 것만으로도 제도는 상처를 입는다.
반론도 들어 보자
공정을 위해 반대편의 주장도 적어 둔다.
- 이 전 부지사 측은 대북송금 사건 자체가 검찰의 조작 기소라고 주장한다. 법무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와 검찰 진상조사단이 수사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 변호인은 정부·여당이 사건이 조작됐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 사건으로 수감된 사람은 방치한다고 비판한다.
- 이 전 부지사 본인은 변호인의 발언에 "진의와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 가석방은 교화와 사회 복귀를 위한 제도이므로, 정치적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줘서도 안 된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물론, 조사 결과 수사에 위법이 있었다고 밝혀진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러나, 그때는 재심이라는 정식 절차가 열려 있다. 그 순서가 조사, 재심, 그리고 무죄이지, 결론도 나기 전의 가석방이 순서는 아니다.
맺으며
가석방은 뉘우친 사람에게 국가가 내미는 손이다. 요구해서 받아 내는 것이 아니고, 권력과의 거리로 정해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이 전 부지사가 특혜를 받아서도,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 다른 수형자와 똑같은 기준으로 심사받으면 된다. 법이 힘 있는 사람과 가까운 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지, 이 사건을 지켜볼 이유가 거기에 있다.
참고 자료
- 법무부 장관 대행 "이화영, 가석방 요건 못 채워…신청 안 했다" (연합뉴스, 2026.10.8)
- 법무차관 "이화영 가석방 요건 안돼…청와대 연락 받은 적 없어" (경향신문, 2026.10.8)
- 이화영 가석방 왜 지금은 靑도 못 움직이나 (매일신문, 2026.10.8)
- 이화영 '가석방' 요구에 李 부담…대통령 관여 어디까지 가능한가 (데일리안, 2026.10.8)
- "이화영, 대통령에게 매우 화가 나…가석방 요구" (주간경향, 2026.10.7)
- 이화영 454차례 외부접견 공개한 野 (세계일보, 2026.10.8)
- 형법 제72조·제73조의2,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19조~제122조, 형사소송법 제462조
- '대북 송금'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징역 7년 8개월 확정 (이투데이, 2025.6.5)
- 형집행순서변경, 최종 판단은 검사 (더시사법률)
- 가석방의 요건과 실무적 절차 (더시사법률)
- 검사의 형 집행순서 변경 재량 인정한 대법원 (아주경제, 2025.4.14)
- 공직선거법 제18조 제3항, 헌법재판소 1995. 3. 23. 93헌마12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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