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북알프스 알펜루트 4일 — 물길을 따라간 여행(1부)

2026년 10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 동안 일본의 북알프스를 다녀왔다. 김해에서 도야마로 들어가 알펜루트를 넘고, 가미코치와 가나자와를 거쳐 구로베 협곡의 토롯코 열차로 마무리한 여정이다. 그 나흘을 네 편에 나누어 적어 본다.


제1부. 물 위의 커피, 그리고 171명의 희생으로 세워진 댐

북알프스 알펜루트 4일 연재: 제1부 도야마와 쿠로베 댐(지금 글) · 제2부 알펜루트 횡단 · 제3부 가미코치와 가나자와 · 제4부 토롯코 열차

김해에서 도야마(富山)까지는 비행기로 한 시간 반 남짓이다.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두었을 뿐인데도, 도착하자마자 공기의 결이 다르다. 도시의 규모가 작고, 평야와 만, 그리고 바로 뒤로는 다테야마(立山)의 연이어진 봉우리들을 끼고 있어, 공기가 신선하고 깨끗한 느낌이다.

공항에 내리자 마자 찾은 첫 목적지는 후간 운하 환수공원(富岩運河環水公園)이었다. 도야마역에서 걸어서 십 분 남짓이고, 우리가 탄 전세버스는 공항에서 10여분만에 도착하였다. 1930년대에 물자 수송을 위해 판 운하를, 1990년대 후반부터 도시공원으로 되살린 곳이다. 공원의 상징은 운하를 가로지르는 천문교(天門橋)와 전망탑이다. 맑은 날 탑에 오르면 운하와 시가지 너머로 다테야마의 봉우리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 물가에 유리로 된 자그마한 건물에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다. 정식 이름은 '스타벅스 커피 도야마 환수공원점'. 통유리 너머로 천문교와 운하가 통째로 들어오고, 테라스는 수면과 거의 이어져 있다. 여행자들의 입을 통하여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운하와 건너편의 잔디, 잘 정돈된 건물들을 보면 나름 수긍이 간다. 전망이 좋은 탓에 낮에는 창가와 테라스가 금방 찬다.

혼잡한 인파 속에서 여유를 갖기는 힘들어 급히 차를 마시고, 첫날의 숙소인 롯데 아라이 리조트(ロッテアライリゾート)로 향하였다. 이곳은 행정구역이 도야마가 아니라 니가타현(新潟県)의 묘코시(妙高市)로 오케나시산(大毛無山, 1,429m) 자락에 있다. 스키를 위해 만든 마을이라 규모는 압도적인데, 10월 초의 비시즌이라 리프트와 호텔만 덩그러니 자리잡아 한적했다. 눈이 오기 전의 스키 리조트라 썰렁함이 느껴지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 온천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서 오히려 편안하였다.


차가 갈 수 없어서 뚫은 터널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다테야마 쿠로베 알펜루트(立山黒部アルペンルート). 나가노현(長野県) 오오기자와(扇沢)에서 도야마현(富山県) 다테야마역(立山駅)까지 총연장 37.2km, 고도차 약 1,975m. 전 구간이 중부산악국립공원(中部山岳国立公園) 안이고 일반 차량은 들어가지 못한다. 전기버스, 케이블카, 로프웨이, 고원버스를 갈아타며 해발 2,450m를 넘는 산악 관광로다.

첫번째 이동수단인 간덴 터널(関電トンネル) 전기버스로는 오오기자와역에서 쿠로베 댐(黒部ダム)까지 갈 수 있다. 노선 6.1km 가운데 5.4km가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터널이고, 중간중간에 반대편 차량을 피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편도 16분이 걸린다. 버스가 시속 20km 남짓으로 달리니 16분이지, 평지 도로처럼 달린다면 10분이 채 안 될 거리다. 워낙 산지가 험해서 이 구간에는 이 터널 이외에는 접근할 수 있는 도로가 없다. 

이 터널은 쿠로베 댐(黒部ダム)을 짓는 데 쓸 자재와 인부를 나르려고 판 통로였다. 댐보다 먼저인 1958년에 뚫렸고, 댐이 준공된 이듬해인 1964년부터 트롤리버스가 관광객을 태우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지금의 전기버스로 바뀌었다.




쿠로베 댐은 왜, 어떻게 지어졌나

전후의 간사이(関西)는 전력이 모자라 제한 송전이 일상이었다. 공장은 일주일에 이틀, 가정집은 일주일에 3일 만 전력이 공급되는 극도의 전력난이었다. 간사이전력은 1955년 “쿠로베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곳에 물의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소를 세우기로 했다. 당시 간사이전력 자본금의 몇 배에 이르는 돈, 공기 7년. 늦으면 간사이의 산업 전체가 멈춘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내린 결단이었다.

1956년 착공, 1961년 1월 송전 시작, 1963년 6월 준공. 총공사비는 당시 돈 513억 엔(지금으로 환산하면 5조엔 이상이 아닐까?), 투입 인원은 연인원 1,000만 명이다. 높이 186m로 지금도 일본에서 가장 높은 아치식 댐이고, 쿠로베 제4발전소(구로욘)는 눈사태를 피해 통째로 지하에 설치하였다.

댐건설 과정에서 가장 큰 고비는 자재를 나르려고 뚫던 오마치 터널(大町トンネル)이다. 지금의 간덴 터널 구간으로, 이 지대는 파쇄대(破碎帶)였다. 물을 잔뜩 품은 대규모 단층지대로, 4℃의 지하수가 초당 최대 660리터씩 쏟아졌다. 물을 빼기위한 터널을 따로 파고, 약품과 콘크리트로 암반을 굳혀 가며, 80미터 구간을 뚫는데 꼬박 일곱 달이 걸렸다. 우리가 16분 만에 지난 그 터널의 일부 구간이다.

당시 현장에서는 “쿠로베에 부상은 없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사고는 곧 죽음이라는 뜻이다. 당시 터널 공사 때 희생된 사람이 171명. 댐 옆 위령비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숫자는 제4발전소 공사 때만 희생된 사람이다. 그보다 앞선 전쟁 전의 제3발전소 공사 때는 두 차례 눈사태가 숙소를 덮쳐 100명 넘게 숨졌는데, 이들은 171명에 들어 있지도 않다. 제3발전소 건설 때는 암반 온도가 160도를 넘는 ‘고열수도(高熱隧道)'에서 다이너마이트가 저절로 터지기도 했다. 요시무라 아키라는 소설 『고열수도(高熱隧道)』에서 그 현장을 그렸다.


영화와 다큐멘터리

쿠로베 터널공사 과정의 극한 상황이 전국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68년 영화 『구로베의 태양(黒部の太陽)』 을 통하여서다. 기모토 쇼지 원작의 논픽션 소설을 구마이 케이가 감독한 영화로, 파쇄대(破碎帶)에 맞선 터널 공사를 중심으로 한 196분짜리 대작이다. 파쇄대란 단층이 움직이면서 암반이 잘게 부서져 띠 모양으로 이어진 지층을 말한다. 부서진 틈마다 지하수를 머금고 있어, 구멍이 뚫리면 천장이 무너지고 물이 쏟아진다. 2009년에는 후지TV가 같은 제목의 드라마로 다시 만들었다.

NHK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X』도 이 현장을 다뤘다. 최근까지도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종종 등장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힘든 공사였고 공사가 완공될 당시의 감동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된다. 댐 건설을 위한 궁여지책의 건설현장이 반세기 뒤 일본에서 가장 붐비는 산악 관광로가 된 것이다. 거대한 인공물을 위하여 희생된 사람의 넋을 떠올리며 댐을 건너 보았다.

그래도 댐은 아름다웠다. 초당 10톤이 넘는 물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쏟아지고, 그 물보라 위로 무지개가 걸렸다. 관광 방류는 해마다 6월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만 한다. 그 기간 안에, 그것도 무지개가 뜨는 맑은 날에 그 광경을 본 것은 나름 행운이리라.

북알프스 알펜루트 4일 연재: 제1부 도야마와 쿠로베 댐(지금 글) · 제2부 알펜루트 횡단 · 제3부 가미코치와 가나자와 · 제4부 토롯코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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