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는 왜 그를 막지 못했나 - 인천 흉기난동범
들어가며 — 발목엔 전자발찌, 양손엔 흉기
2026년 10월 13일 오후 1시 49분쯤, 인천의 한 복합상업시설(지하에 홈플러스, 4층에 영화관이 있는 건물)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59세 남성 A씨는 양손에 흰 테이프로 흉기를 고정한 채 1층 귀금속 상가에서 2층 푸드코트, 3층 주차장으로 올라가며 일면식 없는 시민들을 찔렀다. 경찰 집계 피해자는 9명(옷만 찢긴 1명 포함)이고, 그중 20대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다.
난동은 약 30분 이어졌다. 그를 멈춘 것은 경찰도, 보호관찰관도 아니었다. 의자를 들고 막아선 식당 손님과 상인들이었다.
그의 발목에는 전자발찌가 채워져 있었다. 보도로 확인된 경력은 다음과 같다.
- 2005년 살인미수, 2008년 폭력 등 다수 전과
- 전처에 대한 살인미수로 징역 4년 복역 후 2019년 출소, 출소 후 10년간 전자장치 부착명령
- 부착기간 중 외출제한(자정~오전 6시)을 4차례 어겨 벌금형
- 사건 한 달 전 병원 앞 1인 시위 중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불구속)
- 법무부 감독 아래 정신과 치료 중이었고, 사건 당일 오전 10시부터 알코올 중독 상담을 받은 뒤 보호관찰관에게 복약 검사를 받고 함께 식사까지 했다
- 체포 당시 배낭에서 둔기·흉기 각 1점과 다량의 약물이 추가로 나왔다
마지막 대목이 가장 아프다. 국가는 범행 4시간 전에 그를 직접 만나고 있었다. 위치는 물론 얼굴까지 보고 있었는데도 막지 못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자발찌는 누구에게, 왜 채우는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가.
전자발찌는 누구에게, 왜, 어떻게 채우나
전자발찌의 근거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장치부착법)이다. 2007년 제정되어 2008년 9월 시행됐다. 형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이다. 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위험에 대비하는 처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형기를 다 마친 사람에게도 채울 수 있다.
대상은 처음 성폭력범죄에서 출발해 미성년자 유괴(2009), 살인(2010), 강도(2014)로 넓어졌고, 이후 스토킹범죄까지 들어왔다. 2020년부터는 죄명과 상관없이 가석방되는 사람에게도 부착할 수 있게 되면서 대상자가 크게 늘었다. 형 집행 종료 후 부착명령은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재범 위험성을 인정해야 선고된다.
| 구분 | 내용 |
|---|---|
| 법적 성격 | 보안처분(형벌과 별개), 형 집행 종료·가석방 등 석방 시점부터 집행 |
| 대상 범죄 | 성폭력, 미성년자 유괴, 살인(미수 포함), 강도, 스토킹 + 가석방자 |
| 부착기간 | 법정형 상한 사형·무기: 10~30년 법정형 하한 3년 이상: 3~20년 그 밖의 경우: 1~10년 (피해자 19세 미만이면 하한 2배) |
| 준수사항 | 야간 외출제한, 특정 장소 출입금지, 피해자 접근금지, 음주 제한,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 — 법원이 선택해 부과 |
| 위반 시 | 별도 형사처벌. 정당한 사유 없는 준수사항 위반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
| 감독 주체 | 법무부 보호관찰소(보호관찰관 + 무도실무관),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 24시간 관제 |
관리 현실은 숫자가 말해 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전자감독 대상자는 2026년 7월 5,273명으로 1년 새 9.24% 늘었다. 그런데 일대일 전담·수사 인력을 뺀 지도감독 전담 인력은 2022년 255명에서 2026년 8월 234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그 결과 1인당 관리 대상자는 2022년 17.1명에서 20.4명이 됐다.
현장 대응도 빠듯하다. 무도실무관은 정원 170명에 현원 167명이고, 보호관찰관과 2인 1조로 나간 현장 출동은 2025년 한 해 14,363건, 2026년에는 7월까지만 12,604건이었다. 같은 기간 준수사항 위반은 599건, 그중 590건이 외출제한 위반이었다.
그래도 이 제도가 필요한 이유
이번 사건만 보고 "전자발찌는 무용지물"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법무부는 성폭력사범의 동종 재범률이 제도 시행 전 평균 14.1%에서 시행 후 1%대로 떨어졌다고 발표해 왔다. 살인·강도 사범의 재범률도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 법무부 설명이다.
물론 이 수치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한 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시행 전 수치는 '전체 성범죄 전과자'의 재범률이고, 시행 후 수치는 '부착 기간 중'의 재범률이라 비교 대상이 똑같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발찌를 푼 뒤에도 효과가 남는지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위치가 실시간으로 기록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수의 대상자는 행동을 조심한다. 범행이 일어나면 이동 경로가 곧바로 증거가 된다. 무엇보다 이 제도는 현실적인 타협이다.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형기를 마친 사람을 무기한 가둘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무 관리 없이 풀어줄 수도 없다. 전자발찌는 '사회 복귀'와 '안전 감독' 사이에 놓인 다리다. 다리가 흔들린다고 다리를 없앨 수는 없다. 고쳐야 한다.
이번 사건이 드러낸 네 가지 공백
1. 발찌는 '어디'만 알 뿐 '무엇을'은 모른다
전자발찌는 위치 추적 장치다. 대상자가 금지구역에 들어가거나, 외출제한 시간에 집을 나서거나, 장치를 훼손하면 경보가 울린다. 그러나 한낮에 쇼핑몰에 들어가는 것은 아무 준수사항 위반이 아니다. 가방 속 흉기도, 머릿속 계획도 GPS에는 잡히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경보가 울릴 일이 애초에 없었던 이유다. 서울신문은 같은 주에 송파 납치·살인, 제주 스토킹 살인까지 사흘 연속 전자발찌·스마트워치가 무력했다고 보도했다.
2. 위반은 쌓였는데, 대가는 벌금이었다
법률가로서 가장 먼저 눈이 간 대목은 이것이다. A씨는 부착기간 중 외출제한을 4번 어겼고, 결과는 벌금형이었다. 전자장치부착법은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법원이 부착기간을 연장하거나 준수사항을 추가·변경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다. 그런데 반복 위반이 '더 촘촘한 감독'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외출제한 위반은 대부분 귀가가 조금 늦은 사안이라 가볍게 다뤄지기 쉽다. 그러나 살인미수 전과 두 번인 사람의 반복 위반은 의미가 다르다. 위반 건수가 아니라 그 사람의 위험도에 비추어 읽어야 하는 신호다.
3. 흉기를 들고 시위해도 '불구속'이었다
사건 한 달 전 A씨는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됐지만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2025년 4월부터 형법에 공공장소 흉기소지죄가 생겨 현행범 체포와 긴급체포가 가능해졌지만, 법정형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이어서 구속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
구조적 이유도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는 주거 부정, 증거인멸 염려, 도망 염려 세 가지다. '재범의 위험성'은 법원이 고려할 사항일 뿐 독립된 구속 사유가 아니다. 그러니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가 뚜렷한 흉기 소지범은 아무리 위험해도 풀려나기 쉽다. 여기에 경찰의 입건 정보가 보호관찰소의 위험 평가에 곧바로 반영됐는지도 법무부 조사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
4. 만나고, 상담하고, 약까지 확인했지만
흔히 "치료 연계가 없었다"고 말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반대다.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고, 당일 오전 알코올 중독 상담과 복약 검사를 받은 뒤 보호관찰관과 식사까지 했다. 제도의 모든 장치가 형식적으로는 작동하고 있었다.
문제는 형식이 아니라 판단이다. 담당자 한 사람이 20명 넘게 맡는 구조에서는 면담이 '확인 절차'로 흐르기 쉽다. 반복 위반, 흉기 입건, 정신질환, 음주 문제가 한 사람에게 겹쳐 있었다면, 그것을 하나의 위험 점수로 묶어 '지금 개입해야 할 사람'으로 끌어올리는 체계가 필요했다. 그 체계가 없었거나, 있었어도 작동하지 않았다.
외국은 어떻게 하나
외국 사례를 보면 길은 크게 둘이다. 미국처럼 넓게 채우고 기술로 감시하는 길, 독일처럼 아주 좁게 골라 사람이 밀착해 관리하는 길이다. 한국은 미국처럼 넓게 채우면서, 관리 인력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 상태에 가깝다.
| 국가 | 운영 방식 | 특징 | 한계·논란 |
|---|---|---|---|
| 미국 | 주(州)별 운영. 캘리포니아는 2006년 주민발의(일명 제시카법)로 중범죄 성범죄자 평생 GPS 감독 도입 | 대상이 넓고 기술 의존도가 높음. 플로리다 연구에서 감독 실패율을 30% 안팎 낮췄다는 결과 | 오경보 과다, 대상자에게 장치 비용 부담, '전자 감옥(e-carceration)' 비판 |
| 영국 (잉글랜드·웨일스) |
야간 통금 태그에서 출발해 GPS 위치 태그로 확대. 음주 범죄자에게 피부로 알코올을 감지하는 '음주 감지 태그'도 운용 | 위치뿐 아니라 '음주'라는 행동 요인을 직접 감시 | 민간 위탁 운영 과정의 부실·과다청구 문제가 불거진 적 있음 |
| 프랑스 | 2005년 이동형 전자감시(PSEM) 도입. 2020년부터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다가가면 경보가 울리는 '접근금지 팔찌' 시행 | 가해자–피해자 거리를 실시간 연동 | 기기 오작동·경보 대응 지연 문제 제기 |
| 독일 | 형 종료 후 행장감독(Führungsaufsicht)의 지시사항으로 부과. 헤센주의 공동감시센터(GÜL)가 전국을 관제 | 극히 선별적: 전국 대상자 2015년 76명, 2021년 136명 수준 | 대상이 적은 대신 고위험자는 보호감호(Sicherungsverwahrung)라는 별도 수단을 둠 |
가장 눈여겨볼 나라는 독일이다. 인구가 우리보다 1.6배 많은데 전자감독 대상자는 백몇십 명이다. 우리는 5천 명을 넘는다. 독일은 정말 위험한 사람만 골라 발찌를 채우고 보호관찰관이 집중 관리한다. 더 위험한 사람은 형기 후에도 시설에 수용하는 보호감호로 따로 다룬다. 또 독일 형사소송법(제112조a)은 일정 중범죄에 대해 '재범 위험'만으로도 구속할 수 있게 해 두었다.
영국의 음주 감지 태그도 시사점이 크다. 알코올 중독 상담을 받던 A씨에게 위치가 아니라 음주 여부를 감시하는 장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위험의 원인을 직접 겨누는 감시라는 점에서, 위치 하나에만 매달린 우리 제도와 대비된다.
무엇을 고쳐야 하나
대상자를 더 늘리는 것이 답이 아니다. 지금 채운 발찌가 제대로 일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다. 다섯 가지를 제안한다.
- 사람부터 늘린다. 1인당 20.4명을 10명 안팎으로 낮춰야 면담이 '확인 절차'가 아니라 '관찰'이 된다. 살인·살인미수·흉기 전력자 같은 최상위 위험군은 일대일 전담을 원칙으로 하고, 야간·주말 대응 인력을 상시 배치해야 한다.
- 위험 신호를 하나의 점수로 묶는다. 준수사항 위반 횟수, 경찰 입건, 정신질환·음주 문제, 피해자 접근 시도를 한 사람의 위험 점수로 통합하고, 일정 점수를 넘으면 자동으로 긴급 면담·주거 방문·준수사항 추가 신청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경찰 입건 정보는 보호관찰소에 실시간으로 넘어가야 한다.
- 반복 위반에는 법원으로 돌아가는 길을 넓힌다. 반복 위반자에 대해서는 벌금 처리로 끝내지 말고, 부착기간 연장이나 준수사항 추가를 법원에 신청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전자감독 대상자가 흉기를 소지하는 등 중대한 위험 행동을 보이면, 독일처럼 '재범 위험'을 독립된 구속 사유로 삼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때다.
- 위치 너머를 감시한다. 음주 문제가 있는 대상자에게는 음주 감지 장치를, 정신질환 대상자에게는 복약 확인과 치료 불이행 시 즉시 개입을 연계해야 한다. 프랑스식 접근금지 연동처럼, 피해자 스마트워치와 가해자 발찌를 연결하는 사업은 일정이 밀리더라도 서둘러야 한다.
- 효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재범률만이 아니라 위반 건수, 출동 시간, 오경보율, 부착 중 재범 사건의 원인 분석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만능 장치'라는 착각도, '무용지물'이라는 냉소도 걷힌다.
보호수용제 이야기도 다시 나온다. 형기를 마친 고위험자를 시설에 더 수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를 이중처벌 논란 끝에 2005년 폐지한 경험이 있다. 감호를 되살리기 전에, 지금 있는 전자감독을 제대로 운영했는지부터 묻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맺으며 — 발찌가 아니라 사람이 지킨다
구월동에서 칼을 든 사람을 멈춰 세운 것은 의자를 든 시민들이었다. 그들의 용기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시민이 대신했다는 사실이 무겁다.
전자발찌는 위험을 줄이는 도구이지, 위험을 없애는 장치가 아니다. 발찌가 보내는 신호를 읽고, 다른 신호들과 엮어 판단하고, 필요할 때 문을 두드리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5천 명의 발목에 채운 장치보다, 그 신호를 제대로 읽어 줄 몇백 명의 눈이 더 급하다.
피해를 입은 시민들, 특히 아직 병상에 있는 젊은 여성의 회복을 빈다. 그리고 법무부가 약속한 전면 재점검이 이번에는 사건이 잊힐 즈음 흐지부지되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 자료
- 양손에 흉기 묶고 8명 찔렀다… 또 아무도 못 지킨 전자발찌 — 서울신문, 2026.10.14
- 뜯기고, 방전되고, 기습 땐 속수무책… 있으나 마나 전자발찌·스마트워치 — 서울신문, 2026.10.14
- 전자발찌 규정 위반 590건...경보 울려도 무도실무관 ‘부족’ — 경기일보, 2026.10.12
- 공공장소 흉기소지죄 신설 형법 개정안 국회 통과 — 법률신문, 2025.3
- 전자발찌 찬 성범죄자, 10분만 늦게 귀가해도 처벌 받는다 — 헤럴드경제, 2026.2
- 사각지대 놓인 '전자발찌' — 아주경제, 2021.9
- 전자감독제도 안내 — 법무부
- Die EAÜ im Rahmen der Führungsaufsicht (GÜL 발표자료) — 헤센주 사법 IT국, 2021.7
- GÜL in Bad Vilbel — 바이에른주 법무부, 2015
※ 미국·영국·프랑스 제도 설명은 일반 자료에 근거한 개요이며, 플로리다 연구 수치는 대략치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