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에게 수사권이 없는 나라
검사에게 수사권이 없는 나라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 비교법으로 다시 보다
이석화 | 법무법인 마음과마음 대표변호사 · 2026. 10. 2.
이 글의 요지· 주요국 가운데 검사의 수사권을 입법으로 전면 박탈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 수사권 없는 소추기관을 둔 나라는 오히려 그 권한을 조금씩 채워 왔다.
· 검사에게 수사권이 전혀 없으면 기소는 "남이 만든 기록에 대한 서면 심사"로 축소되고, 그 공백은 피해자·피의자·법원 모두의 비용이 된다.
· 이미 시행된 이상, 공소유지를 위한 제한적 조사권과 장관의 구체적 사건 지휘권 정비 등 최소한의 보완이 시급하다.
들어가며
2026년 10월 2일,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문을 닫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했다. 같은 날 0시를 기해 검사의 보완수사권도 소멸했다. 이제 한국의 검사는 직접수사권도,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도 갖지 않는 순수한 소추기관이다.
이 개편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었고, 그 명분에는 경청할 대목이 있다. 그러나 비교법의 눈으로 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검사에게 수사권이 없는 나라는 드물고, 있더라도 처음부터 없던 상태에서 출발했을 뿐 있던 권한을 입법으로 걷어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나라들은 시간이 지나며 소추기관에 수사 관여 권한을 조금씩 채워 왔다.
이 글에서는 주요국의 제도와 변화 방향을 비교한 뒤, 검사에게 수사권이 전혀 없을 때 형사사법 체계에 어떤 공백이 생기는지를 중심으로 이번 개편의 문제점을 짚어 본다.
무엇이 바뀌었나
새 체계의 핵심은 수사기관과 소추기관의 완전한 절연이다. 법무부 소속 공소청은 공소 제기와 유지만 맡는다. 행정안전부 소속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 등 6대 범죄와 이른바 법왜곡죄, 그리고 공소청·경찰·공수처·법원 공무원의 범죄 수사를 맡는다. 중수청은 본청과 6개 지방청, 총 2,874명 규모로 설계되었고, 종전 검찰수사관과 마약수사관은 중수청 소속이 되었다.
2026년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했다. 공소청 검사에게는 사법경찰관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만 남았다. 요구를 받은 경찰은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되 1개월 연장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공소청은 해당 수사관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9월 후속 입법은 두 가지 예외 장치를 두었다. 가정폭력·아동학대·성범죄·아동성범죄·스토킹·장애인학대·노인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는 경찰이 모두 송치하도록 했고, 이 7대 범죄에 한해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에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어느 경우에도 검사가 스스로 조사하는 길은 없다.
시행 직전 현직 검사가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청구하는 등, 개편의 정당성을 둘러싼 다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나
주요국 가운데 검사의 수사권을 입법으로 전면 박탈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 대륙법계는 검사를 수사의 주재자로 두고, 영미법계는 수사와 소추를 나누되 중대·복잡 범죄에서는 검사의 수사 관여를 남겨 둔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160조는 검사에게 사실관계를 수사할 의무를 지우고, 제161조는 검사가 모든 수사를 직접 하거나 경찰에 맡길 수 있게 한다. 경찰은 검사의 수사요원(Ermittlungspersonen)으로서 그 지시에 따른다. 실무상 현장 수사는 경찰이 하지만 법률상 권한은 검사에게 있다. 특히 제160조 제2항은 피의자에게 유리한 사정도 수사하라고 명한다. 검사의 객관의무가 수사권 위에 서 있는 구조다.
프랑스. 사법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고, 경찰 내부 지휘와 검사 지휘가 충돌하면 검사가 우선한다. 지난 20여 년은 예심판사의 비중이 줄고 검사 주도 수사가 늘어난 시기였다. 2013년에는 법무장관의 개별 사건 지시권을 폐지했다. 수사권은 검사에게 두되 정치권력의 개입을 끊는 방식으로 개혁한 것이다.
일본. 경찰이 1차 수사기관이지만, 형사소송법 제191조는 검사가 필요하면 스스로 수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193조는 경찰에 대한 일반적 지시·지휘권을 둔다. 정당한 이유 없는 불응은 징계·파면 소추 대상이다(제194조). 전후 개혁으로 경찰의 독자성을 인정하면서도 검사의 수사권은 남겼다.
미국. 검사는 경찰의 법률상 상관이 아니다. 그러나 연방검사는 대배심의 소환·자료제출 명령을 통해 수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중대 사건에서는 수사 초기부터 수사관과 한 팀으로 움직인다.
영국(잉글랜드·웨일스). 1985년 범죄소추법으로 왕립소추청(CPS)이 생기기 전에는 경찰이 수사와 기소를 모두 쥐고 있었다. CPS는 경찰의 기소 독점을 깨기 위해 새로 만든 기관이다. 이후 2003년 형사사법법은 중요 사건의 기소 결정을 경찰에서 CPS로 넘겼고, CPS는 기소 전 단계부터 수사에 조언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복잡한 사기·뇌물 사건은 1987년 설립된 중대사기수사청(SFO)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한다. 스코틀랜드의 검찰관(Procurator Fiscal)은 처음부터 경찰 수사를 지휘할 권한을 갖는다.
유럽검찰청(EPPO). 2021년 가동된 EPPO는 EU 재정 범죄에 대해 직접 수사와 기소를 함께 한다. 초국가 차원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새로 만든 사례다.
| 국가 | 검사의 수사권 | 경찰과의 관계 | 최근 방향 |
|---|---|---|---|
| 독일 | 법률상 수사 주재자 (StPO 160·161) |
경찰은 검사의 수사요원 | 수사권 유지, 종결 재량 확대 |
| 프랑스 | 사법경찰 지휘 | 계층적 지휘 | 검사 주도 확대, 장관 개별지시 폐지(2013) |
| 일본 | 독자 수사권(191조) | 협력 + 지시·지휘권 | 특수부 직접수사 유지 |
| 미국 | 대배심 통한 수사 주도 가능 | 협력, 상하관계 아님 | 종결 권한 확대 |
| 영국(잉글랜드) | 원칙상 없음(CPS), SFO는 수사·기소 통합 |
분리, 기소 전 조언 | 경찰 권한을 CPS로 이전(2003) |
| EPPO | 직접 수사·기소 | 회원국 수사기관 활용 | 신설(2021) |
| 한국(2026.10~) | 직접수사·보완수사 모두 없음 | 보완수사 요구만 | 전면 박탈 |
자료: 각국 법령 및 보도 종합. 한국은 2026년 10월 2일 시행 체계 기준.
있던 것을 없앤 나라, 없던 것을 채워 온 나라
수사권 없는 소추기관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영국 CPS는 한국 개편의 선례가 되기 어렵다. 둘은 출발점과 방향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문제는 경찰이 수사·기소를 독점한 데 있었다. 그래서 독립 소추기관을 신설해 경찰 권한을 나누었고, 이후 기소 결정권과 기소 전 조언 기능을 계속 CPS 쪽으로 옮겨 왔다. 복잡 범죄에서는 아예 SFO라는 통합기관을 따로 두었다. 수사·기소 분리의 원조 국가조차 "소추기관이 수사에서 너무 멀면 기소가 부실해진다"는 교훈을 얻고 그 거리를 좁혀 온 셈이다.
한국은 반대다.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였던 체계에서 수사 기능 전부를 떼어 냈다. 그 결과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함께 갖고, 검사는 사후에 서면으로 보완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영국이 해결하려 했던 바로 그 상태, 곧 수사기관이 사건의 운명을 사실상 좌우하는 구조에 오히려 가까워졌다.
대륙법계 국가들도 검사의 권력 남용을 걱정했다. 그러나 그들의 처방은 수사권 박탈이 아니었다. 프랑스는 장관의 개별 지시를 금했고, 독일은 영장주의와 법원 통제를 강화했으며, 일본은 경찰의 1차 수사권을 인정하되 검사의 보충적 수사권을 남겼다. 문제는 권한의 존재가 아니라 통제 방식에 있다고 본 것이다.
수사권 없는 검사, 무엇이 문제인가
검사에게 수사권이 전혀 없으면 기소는 "남이 만든 기록에 대한 서면 심사"로 축소된다. 그 공백은 피해자, 피의자, 법원, 국가 모두에게 비용으로 돌아온다.
1. 기소 판단의 공동화
기소는 증거를 평가하는 일이고, 증거 평가는 의문이 생겼을 때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진술이 엇갈리거나 핵심 참고인이 조사되지 않았을 때, 지금의 검사는 그 사람을 불러 한 번 물어볼 수도 없다. 서면으로 보완을 요구하고 최장 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공소시효와 구속기간은 흘러간다. 구속 사건에서는 사실상 "있는 기록대로 기소하거나 풀어주거나"의 양자택일만 남는다. 기소의 질은 결국 경찰 기록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
이 공백의 크기는 숫자로 드러난다. 대검찰청이 2026년 3~4월 전국 12개 주요 검찰청의 송치 사건 5만 5,174건을 집계한 결과, 그중 45.6%인 2만 5,152건을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했다. 송치 사건 두 건 중 한 건 가까이는 검사가 직접 확인해야 기소 여부를 정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 몫이 이제 모두 서면 요구와 기다림으로 바뀐다.
2. 공판 단계의 무방비
공판에서 알리바이, 새로운 증인, 감정 결과 같은 예상 밖의 쟁점이 나오는 일은 흔하다. 공소를 유지하는 검사가 이를 확인할 수단이 없다면, 공판은 변호인만 조사할 수 있는 비대칭 구조가 된다. 공소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다른 기관에 요청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비교법적으로도 거의 유례가 없다.
결과는 두 가지 중 하나다. 무죄가 나야 할 사건이 기소되거나, 유죄가 나야 할 사건이 공소유지 실패로 무너진다. 어느 쪽이든 사법 신뢰를 갉아먹는다.
3. 피의자 보호 기능의 상실
검사의 수사권은 처벌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160조 제2항이 보여주듯, 대륙법계 검사의 객관의무는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까지 수사하는 권한을 전제한다. 실무에서도 검사의 보완수사는 무리한 경찰 수사를 바로잡아 혐의를 벗겨 주는 통로로 자주 작동했다.
수사권이 없는 검사는 이 역할을 할 수 없다. 객관의무는 이름만 남고, 피의자가 기댈 수 있는 수사 단계의 중립적 확인 장치가 사라진다. "수사권 박탈이 곧 인권 보호"라는 등식은 이 지점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4.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공백
헌법 제12조 제3항은 영장을 검사의 신청에 의하도록 정한다. 이 조항의 취지는 법률가인 검사가 강제수사의 필요성과 적법성을 먼저 거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사실을 확인할 수단 없이 기록만으로 영장 신청을 심사하는 검사는, 영장 청구의 문지기라기보다 통과 절차에 가깝다.
위법수사나 증거 조작이 의심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찰 수사의 하자를 바로잡으려면 그 하자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제 그 확인을 다시 같은 경찰에 요구해야 한다. 통제받는 기관이 통제의 수단까지 쥐는 구조다.
5.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
입법자도 이 위험을 알았기에 7대 범죄에는 두 가지 추가 장치를 두었다. 하나는 경찰이 스스로 불송치로 종결하지 못하고 모든 사건을 공소청에 넘기게 하는 전건송치이고, 다른 하나는 경찰 수사가 미진할 때 별도 수사기관인 중수청에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맡길 수 있는 통로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나머지 범죄에서는 경찰이 사건을 스스로 종결할 수 있고 보완도 그 경찰에게만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기·횡령 같은 재산범죄 피해자, 의료사고 피해자, 산업재해 유족은 경찰이 불송치하거나 부실하게 송치해도 검사에게 직접 조사를 기대할 수 없다. 피해자가 기댈 수 있는 경로가 경찰 이의신청과 서면 보완요구로 좁아졌다.
요구가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우려스럽다. 한 검찰청이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재수사를 요청했으나, 담당 경찰관이 1년 3개월 동안 수사하지 않아 공소시효가 지나 버린 사례가 보도되었다. 검사가 직접 조사할 수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결과다.
6. 중대·복잡 범죄 대응력 약화
영국이 1986년 로스킬 보고서 이후 SFO를 만든 이유는, 복잡한 경제·부패 범죄는 수사 초기부터 소추 전문가가 붙지 않으면 기소와 공판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경험 때문이었다. 한국은 그 반대로, 중대범죄 수사를 행안부 소속 중수청에, 그 기소를 법무부 소속 공소청에 나누었다.
서로 다른 부처, 다른 지휘 계통의 두 기관이 대형 경제범죄나 방위사업 비리를 함께 다루려면 상당한 마찰이 불가피하다. 수사 단계에서 법리 검토가 빠지면 공판에서 그 대가를 치른다.
제도 설계도 협업을 막는 쪽으로 짜였다. 출범 뒤 중수청과 공소청 사이의 인력 교류는 막혀 있고, 퇴직자도 2년 동안 다른 쪽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두 기관의 유착을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복잡 범죄에서 수사와 소추의 전문성을 잇는 통로까지 함께 막혔다.
7. 수사권의 행정부 집중
이번 개편으로 경찰과 중수청이 모두 행정안전부 아래에 놓였다. 일반 형사사건과 중대범죄 수사가 사실상 한 부처의 관할로 모인 것이다. 검찰 권력의 분산을 내세운 개혁이 수사 권력을 다른 한곳에 더 크게 모으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적 통제다.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법률 제21491호, 2026. 3. 24. 제정, 2026. 10. 2. 시행) 제6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6조(행정안전부장관의 지휘ㆍ감독) 행정안전부장관은 일반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그 소속 직원을 지휘ㆍ감독한다. 다만,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대범죄수사청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
장관이 개별 수사관이 아닌 청장을 거쳐야 할 뿐, 구체적 사건에 대한 장관의 지휘권 자체는 법률로 인정된 것이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해서는 이런 구체적 사건 지휘권이 없다. 정부는 입법예고 당시 이 권한을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이 확인되는 경우 등에만 예외적으로 행사하겠다고 설명했으나, 제6조는 지휘의 사유를 그렇게 한정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2013년 법무장관의 개별 사건 지시권을 폐지해 정치권력이 개별 수사에 개입하는 통로를 막았다. 한국은 거꾸로, 수사를 외부에서 견제하던 검사의 수사 기능은 없애면서 정치인인 장관이 중대범죄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은 새로 열었다. 수사를 견제할 독립적 법률가의 눈이 사라진 자리에서 수사권 남용을 누가 통제할지는 아직 답이 없다.
8. 책임 소재의 분산과 지연
수사는 경찰과 중수청, 보완 요구와 기소는 공소청, 7대 범죄의 보완수사는 다시 중수청이 맡는다.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는 동안 책임은 흐려지고 시간은 늘어난다. 처리 지연은 그 자체로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에게 불이익이다.
여기에 시행 준비 부족이 더해진다. 2026년 8월 말 기준 전국 검찰의 미제사건은 16만 4,822건이었다. 이 사건들은 10월 2일 한꺼번에 넘어간 것이 아니라 성격에 따라 경찰과 중수청으로 순차 이송된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이나 검사가 체포·구속영장 또는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사건 등 요건을 갖춘 사건만 공소청 검사가 최대 90일 더 수사할 수 있고, 새 사건의 수사 개시는 불가능하다.
받는 쪽의 준비는 미흡하다. 경찰은 시행 하루 전까지 넘겨받을 미제사건의 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중수청 전산망은 사건 이첩 수신과 접수·배당 기능만 개통되었고 사건 처리 기능은 12월 초에야 열릴 예정이어서, 당분간 기록이 종이로 오갈 수밖에 없다.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는 출범 직전까지 시작되지 못했고, 공소청을 이끌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았으며 법무부 장관도 공석이다. 검사 명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기소중지 사건 약 2,100건은 경찰로 넘겨진 뒤, 경찰이 기존 영장을 철회하고 새로 영장을 받아야 한다.
더 큰 고비는 연말이다. 90일 유예기간이 끝나는 12월 31일이 지나면, 끝내지 못한 사건은 모두 경찰·중수청으로 넘어가야 한다. 이 기한은 법률 부칙에 정해져 있어 늘리려면 법을 다시 고쳐야 한다. 그런데 중수청 전산이 12월 초에 열리면, 시스템이 갖춰진 뒤 일괄 이관까지 남는 시간은 한 달이 채 안 된다. 경찰은 인수한 사건을 다시 검토해 중수청 관할이면 넘길 계획이어서, 사건이 기관 사이를 한 번 더 오갈 수도 있다. 대검·경찰·중수청이 순차 이관과 사건 쏠림 완화를 협의하고 있다지만, 기한 안에 받을 준비가 되지 않을 경우의 대책은 공개된 바 없다. 체계 전환기의 이러한 공백은 고스란히 피해자와 피의자에게 전가된다.
반론에 답한다
개편을 지지하는 쪽의 논거도 가볍지 않다. 비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이 논거들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첫째, 한국 검찰의 권한 남용 이력이 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주장. 표적·별건 수사, 선택적 기소, 정치적 사건에서의 편파 시비는 실제로 반복되었다. 수사와 기소가 한 손에 있으면 "기소를 위한 수사"가 되기 쉽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그러나 이 문제의 처방이 반드시 수사권 전면 박탈이어야 하는지는 별개다. 직접수사 대상의 제한, 별건 수사 금지, 법원의 사전 통제, 장관 개별 지시 금지처럼 권한을 남기되 남용을 막는 선택지가 있었다. 대륙법계 국가들이 택한 길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 영국처럼 수사권 없는 소추기관도 잘 작동한다는 주장. 앞서 보았듯 영국은 경찰 독점을 깨기 위해 소추기관을 신설했고, 이후 오히려 CPS의 관여를 넓혀 왔다. 복잡 범죄는 SFO로 통합했다. 영국 모델을 원용하려면 그 변화 방향까지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헌법재판소가 수사권은 검사의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고 했다는 주장. 헌법재판소는 2023년 법무부장관과 검사가 청구한 권한쟁의 사건(2022헌라4)에서 수사권·소추권이 헌법상 검사에게 독점적으로 부여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청구를 각하했다. 따라서 이번 개편이 곧바로 위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합헌이라는 것과 바람직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헌법이 영장 신청권을 검사에게 맡긴 취지에 새 체계가 부합하는지는 여전히 입법정책의 물음으로 남는다.
넷째, 보완수사 요구권과 7대 범죄 예외로 충분하다는 주장. 새 체계도 통제 장치를 두기는 했다. 공소청 검사는 범죄 유형과 관계없이 모든 송치 사건에 대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를 이행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는 불이행에는 직무배제·징계를 요구할 수 있고 그 대상은 재수사 요구까지 넓어졌으며, 경찰이 검사에게 법률 판단이나 증거 수집의 적정성에 관한 의견을 구하는 절차도 생겼다. 7대 범죄는 여기에 더해 전건송치가 의무화되고, 중수청에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구권은 본질적으로 다른 기관의 판단과 일정에 의존한다. 징계 요구권은 2021년부터 있었지만 거의 쓰이지 않았다. 2026년 들어 보완수사 요구 불이행에 직무배제를 요구한 사건은 1건뿐이었고, 같은 기간 시정조치 요구 불이행으로 징계를 요구한 8건 중 실제 징계로 이어진 것은 2건이었다. 형식만 갖춘 "부실 이행"은 징계 사유로 삼기조차 어렵다. 신속성이 생명인 구속 사건과 공판 중 쟁점에서는 서면 왕복으로 메울 수 없는 공백이 생기고, 예외를 둘수록 예외 밖 피해자와의 형평 문제도 커진다.
다섯째, 보완수사가 별건 수사의 통로로 남용되었다는 주장. 이 우려는 실증적 근거가 있다. 그렇다면 보완수사의 범위를 송치 사실과 동일성 있는 범위로 엄격히 묶고, 위반 시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방식이 비례에 맞는 대응이다. 보완수사 중 송치 사실과 무관한 별개 범죄가 드러나면,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못하게 하고 경찰 등 관할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구하거나 이첩하도록 정할 수도 있다. 그러면 별건 수사의 우려는 차단하면서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 기능은 살릴 수 있다. 남용 가능성을 이유로 정당한 기능까지 함께 없애는 것은 과잉이다.
이미 시행된 이상,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근본적으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개편안이 이미 시행된 만큼, 현행 체계의 틀 안에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치를 살펴본다. 비교법이 보여주는 방향은 "권한은 최소한 남기고, 통제는 촘촘히"다.
1. 공소유지를 위한 제한적 조사권. 송치 사실과 동일성 있는 범위에서, 참고인·피의자를 직접 조사하고 보강증거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공소청 검사에게 둔다. 범위를 벗어나 얻은 증거는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조사 중 드러난 별건은 관할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구하도록 한다.
2. 피의자에게 유리한 사정의 확인권. 객관의무를 실질화하기 위해, 피의자나 변호인의 신청이 있으면 검사가 유리한 증거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한다.
3. 송치 후 수사지휘권의 제한적 부활. 직접수사권은 없애더라도, 기소 책임을 지는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할 권한은 되살릴 필요가 있다. 독일·일본에서도 검사 권한의 핵심은 직접수사보다 지휘권이다. 지휘는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할지를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식적 이행으로 피해 갈 수 있는 지금의 "요구"와 다르다. 검사가 직접 조사하지 않으므로 별건 수사 우려도 적다. 범위는 송치 이후 단계로 한정하고, 대상은 구속 사건·7대 범죄·중대범죄 등으로 정한다. 지휘는 서면으로 하고 그 근거를 기록에 남기며, 정당한 이유 없는 불응이나 형식적인 "부실 이행"에는 실효성 있는 징계 절차를 둔다. 중수청 사건에 지휘권을 인정하려면 행안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 지휘권(중수청법 제6조 단서)과의 충돌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4. 중대범죄의 수사 초기 협업. SFO의 경험처럼, 중수청 사건 가운데 일정 규모 이상의 경제·부패 범죄는 수사 개시 단계부터 공소청 검사가 법리 자문으로 참여하는 공동팀을 제도화한다.
5. 수사기관의 소속 분산과 정치적 지시 금지. 경찰과 중수청이 한 부처에 몰린 구조를 재검토하고, 중수청법 제6조 단서의 구체적 사건 지휘권을 삭제하거나, 적어도 명백한 위법의 시정에 한정한다고 법률에 명시한다.
6. 이관 기한에 대한 비상 대책. 12월 31일 일괄 이관 시점에 중수청의 인수 준비가 갖춰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사건별 인수 책임기관과 공소시효 관리 방안을 미리 공개하고, 필요하면 부칙의 경과기간을 조정한다.
7. 시행 평가와 재검토 조항. 기소율, 무죄율, 사건 처리 기간, 불송치 이의 인용률 등을 공개 지표로 정해 2~3년 뒤 입법 효과를 평가하고 재조정한다.
맺으며
검찰 권력의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정당하다. 그러나 비교법이 가르치는 것은, 권한의 남용은 통제로 다스려야 하며 권한 자체를 없애면 그 빈자리에서 다른 남용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검사의 수사 기능이 사라지면 견제받지 않는 쪽은 경찰과 중수청이 된다. 부실한 불송치, 기약 없는 수사 지연, 장관을 통한 정치적 개입처럼 남용의 위험은 사라지지 않고, 견제가 약한 곳으로 옮겨 갈 뿐이다.
수사권 없는 소추기관을 둔 나라들은 그 상태에서 출발해 소추기관을 수사에 더 가까이 끌어당겨 왔다. 대륙법계 나라들은 검사의 수사권을 유지한 채 정치적 개입과 별건 수사를 막는 장치를 다듬어 왔다. 한국만이 있던 수사권을 남김없이 걷어내는 길을 택했다.
이제 공은 시행 이후의 현실로 넘어갔다. 기소의 질, 공판의 균형, 피해자와 피의자의 보호가 실제로 어떻게 변하는지를 냉정하게 측정하고, 드러나는 공백을 신속히 메우는 것이 입법자의 책무다. 형사사법 체계는 한 정권의 성패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안전과 자유를 떠받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파이낸셜뉴스, 2026.7.31)
검찰개혁 후속 법안 통과(서울신문, 2026.9.17)
현직 검사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울신문, 2026.9.27)
민주당 보완수사권 폐지 당론 채택(MBC)
검찰 미제사건 경찰·중수청 이송(서울신문, 2026.10.2)
경찰, 넘겨받을 미제사건 규모 미확정(뉴데일리, 2026.10.1)
대검, 직접 수사개시 사건 이관 실무회의(파이낸셜뉴스, 2026.9.29)
공소청 전환 앞둔 검찰, 최대 90일 수사(이데일리, 2026.9.4)
수장·시스템 공백 속 사건 이관(세계일보, 2026.9.27)
검찰 기소중지 사건 경찰 이관(네이트뉴스, 2026.9.15)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충분할까(경향신문, 2026.7.30)
경찰수사규칙 개정, 재수사 요구 불이행 시 징계(서울신문, 2026.9.11)
중수청법 국회 통과, 행안부 장관 지휘(YTN, 2026.3.21)
중수청 지휘·감독권은 행안부 장관에(파이낸셜뉴스, 2026.1.12)
중수청·공소청 출범(세계일보, 2026.9.28)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이유(국가법령정보센터)
각국 법령: 독일 형사소송법 제160조·제161조, 일본 형사소송법 제189조~제194조, 영국 Prosecution of Offences Act 1985·Criminal Justice Act 2003, 헌법재판소 2023. 3. 23. 2022헌라4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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