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북알프스 알펜루트 4일 ㅡ 물길을 따라간 여행 (4부)
제4부. 창 없는 열차, 그리고 김해행 비행기
북알프스 알펜루트 4일 연재: 제1부 도야마와 쿠로베 댐 · 제2부 알펜루트 횡단 · 제3부 가미코치와 가나자와 · 제4부 토롯코 열차(지금 글)
마지막 날은 우나즈키(宇奈月) 온천에서 타는 "토롯코 열차"였다. 우나즈키역에서 가네쓰리역(鐘釣駅)까지 왕복이다.
토롯코(トロッコ)라는 말이 궁금했다. 트럭의 일본식 발음이 아닐까 짐작했는데, 맞았다. 영어 truck에서 온 말이다. 다만 화물자동차가 아니라, 광산이나 공사장에서 레일 위로 밀고 다니던 뚜껑 없는 화차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어는 자동차 트럭을 ‘토랏쿠’, 궤도 위의 화차를 ‘토롯코’로 나누어 부른다.
구로베 협곡철도
구로베 협곡철도(黒部峡谷鉄道)는 철로의 넓이가 762mm인 협궤다. 표준궤(1,435mm)의 절반을 조금 넘는 폭이다. 협곡이 워낙 험해서, 급한 굽이를 돌고 터널을 작게 뚫어 공사를 빨리 끝내려면 좁게 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나즈키(해발 약 224m)에서 종점 게야키다이라(欅平, 해발 약 599m)까지 20.1km를 1시간 20분에 간다. 평균 시속 15km 남짓, 터널 41개와 다리 21개를 지난다. 2024년 노토반도(能登半島) 지진으로 낙석 피해를 입어 한동안은 중간의 네코마타역(猫又駅)까지만 운행되었다. 지금은 전 구간이 복구되었으나, 우리는 종점 하나 앞인 가네쓰리(鐘釣)에서 돌아 나왔다.
| 정거장 | 거리 | 소요시간 | 비고 |
|---|---|---|---|
| 우나즈키(宇奈月) | 0.0km | 출발 | 승하차 가능 · 기점 |
| 야나기바시(柳橋) | 2.1km | - | 통과 (업무용) |
| 모리이시(森石) | 5.1km | - | 통과 (업무용) |
| 구로나기(黒薙) | 6.5km | 약 25분 | 승하차 가능 · 구로나기 온천 |
| 사사다이라(笹平) | 7.0km | - | 통과 (업무용) |
| 다시다이라(出平) | 9.1km | - | 통과 (업무용) |
| 네코마타(猫又) | 11.8km | - | 통과 (업무용) |
| 가네쓰리(鐘釣) | 14.3km | 약 1시간 | 승하차 가능 · 강가 노천 온천 |
| 고야다이라(小屋平) | 17.5km | - | 통과 (업무용) |
| 게야키다이라(欅平) | 20.1km | 약 1시간 20분 | 승하차 가능 · 종점 |
거리와 소요시간은 우나즈키역 기준 · 전 구간 20.1km, 편도 약 1시간 20분 · 궤간 762mm
이 철도는 애초에 관광용이 아니었다. 구로베강(黒部川)에 발전소를 지으려고 자재와 사람을 실어 나르던 공사용 궤도다. 1926년에 네코마타까지, 1937년에 게야키다이라까지 놓였다. 경치를 보고 싶다는 사람이 늘자 ‘생명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붙여 태워 주던 시절을 거쳐, 1953년에 정식 여객 영업을 시작했다. 1971년부터는 간사이전력의 자회사가 운영한다.
우리가 탄 차량도 그 내력 그대로였다. 작업용 열차를 개조한 것이라 창문이 없고, 등받이도 없는 긴의자를 나란히 촘촘하게 놓았다. 오로지 많은 사람을 태우기 위한 구조다. 대신 바람과 물소리가 그대로 들어온다. 장시간을 앉아있어야 하니, 반드시 바람막이 옷을 입는 게 좋을 것이다.
오르내리는 사이에 만나는 협곡의 풍광은 신비로우면서도 장엄했다. 우나즈키역을 떠나자마자 건너는 붉은 신야마비코 다리(新山彦橋), 에메랄드빛 우나즈키 호, 깎아지른 암벽을 차례로 지나간다. 가네쓰리역에서 내려 위쪽으로 올라가면 강가 모래를 파면 더운 물이 솟는 노천 온천이 있다. 토롯코 열차의 역사를 담은 전시 사진 가운데, 남녀가 따로 동굴 같은 노천탕에서 알몸으로 목욕하는 흑백사진이 있어 이색적이었다.
같은 강의 다른 시대
둘째 날의 쿠로베 댐과 이 협곡열차는 같은 강의 다른 시대다. 협곡철도와 그 위쪽의 발전소들은 다이쇼(大正) 말에서 쇼와(昭和) 초, 그러니까 1920~30년대의 것이고, 쿠로베 댐은 전후 1950년대의 것이다. 시대는 달라도 이유는 같았다. 모자라는 전기를 물의 낙차로 발전하기 위하여,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깊디 깊은 골짜기를 개발한 것이다.
당시의 기술 수준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 길이 지금은 엄청난 관광자원이 되었다. 밀려드는 관광객을 보면서 전기생산으로 버는 수입보다 관광수입이 더 많지 않을까 싶었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협곡철도의 연 매출은 28억 엔 안팎으로, 수조 엔에 이르는 모회사 매출의 0.1%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낙석과 폭설 탓에 유지비가 많이 들고, 12월부터 4월 중순까지는 아예 운행을 쉰다. 이 철도는 지금도 발전소 점검 자재와 직원을 실어 나르는 업무용 선로로 쓰인다. 관광객의 눈에는 협곡의 경치와 예쁜 열차만 보이지만, 깊은 산속과 땅 밑에서는 쿠로베강 제4발전소를 비롯한 대규모 수력발전소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만든 전기가 오사카와 교토 같은 간사이의 대도시로 간다. 본업은 여전히 그 발전소들이고,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관광 열차는 그 인프라가 덤으로 벌어 주는 부수입인 셈이다.
맺으며
오후 4시 비행기로 도야마를 떠나 김해로 돌아왔다. 나흘이었다.
일본은 지진과 태풍이라는 재해를 빼면, 확실히 한국보다 훌륭한 자연유산을 가진 나라이고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그 자연이 그냥 자연 자체로 관광자원이 된 것은 아니었다. 171명이 죽은 댐, 암반을 뚫은 터널, 작업 열차를 관광 열차로 바꾼 철도, 번주가 200년을 애써 가꿨으나 시민에게 넘어간 정원. 자연유산처럼 보이는 것의 상당수가 사람의 노력으로 개발된 것들이었다.
이 여행의 뼈대는 물이었다. 운하의 찻집, 댐과 발전용 터널, 화산 연못, 아즈사가와(梓川), 번주의 연못 겐로쿠엔(兼六園), 협곡의 토롯코 열차. 한동안 다시 가고픈 곳으로 뇌리에 깊이 남을 것 같다. 무로도의 능선은 걸어서, 가미코치는 배낭을 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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