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⑤] 검찰에서 자백해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끝? ― 달라질 재판진행


기획 연재 |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 검찰청이 사라진 뒤, 피해자는 누가 지키는가

[풍비박산 난 수사시스템 ⑤] 검찰에서 자백해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끝? ― 달라질 재판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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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시스템이 흔들리면 그 부담은 결국 법정으로 옮겨 간다. 이번에는 이미 2022년부터 시작된 법정의 변화와, 10월 2일 이후 새로 더해질 문제를 함께 살펴본다.

검찰에서 자백해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끝

2022년 1월부터 형사소송법이 바뀌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만 증거로 쓸 수 있다. 예전에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해도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증거로 인정됐지만, 이제는 경찰이 작성한 조서와 똑같아 졌다.

즉, 피의자가 검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더라도 재판에서 말을 바꾸면 그 자백은 증거가 되지 못한다. 나아가, 대법원은 피고인이 공범의 검찰 조서 내용을 부인하면 그 조서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장에서는 부작용을 호소한다. 피고인이 조서 내용을 부인만 하면 공범에 관한 조사 내용까지 쓸 수 없게 되어 수사 단계의 신문이 법정에서 그대로 반복되어야 하고, 그 사이 구속된 피고인이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물증보다 진술이 중요한 범죄는 그 타격이 더 크다. 사기, 뇌물, 불법 정치자금 같은 부패 사건은 피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하기 어렵고, 공범이 여러 명인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피해자와 참고인이 법정에 불려 나오는 일이 잦아지고, 재판이 길어지면서 피해자의 고통이 커진다는 우려가 제도 시행 당시부터 나오고 있다.

신속한 재판은 멀어지고, 법정에서 할 일이 너무 많다

재판 지연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법원행정처의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형사 1심 합의부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구속 사건 142일, 불구속 사건 219.7일이었다.

10월 2일 이후에는 재판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보완수사를 대신해 새로 생긴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 절차는 그 결과가 증거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검사로서는 입증을 위해 증인을 법정에 불러 신문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판사도 재판을 하면서 사실상의 수사를 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수사경험없는 검사가 법정에 서게 된다

공소청 검사는 앞으로 수사를 하지 않는다. 경찰과 중수청이 만든 기록을 읽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며, 법정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일만 맡는다.

이것이 왜 문제일까. 법정에서 피고인이 새로운 주장을 내놓거나, 증인이 예상과 다른 말을 할 때 그 자리에서 대응하려면 사건을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면서 증거의 강점과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재판에 임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른 기관이 모은 증거를 기록으로만 접한 검사가 법정에 서게 된다. 수십만 쪽에 이르는 회계 자료나 복잡한 금융거래가 얽힌 경제범죄, 공범이 수십 명인 조직범죄에서 그 차이는 결정적일 수 있다.

공판 도중 추가 증거가 필요해져도 검사는 직접 확보할 수 없다. 경찰에 요청하고 기다려야 한다. 재판부가 기다려 주지 않으면 증거는 부족한 채로 판결을 받게 되고, 기다려 주면 재판은 더 길어진다.

피해자는 몇 번이나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나

가장 큰 부담을 지는 사람은 피해자다. 피해자는 경찰에서 처음 진술하고,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로 경찰에서 다시 조사받고, 공소청 검사와 면담하지만 그 내용은 증거가 되지 않으며, 피고인이 부인하면 결국 법정에 나와 증언까지 해야 한다.

성범죄 피해자라면, 같은 고통을 몇 번씩 되풀이해 말하는 것 자체가 2차 피해다. 제도가 복잡해질수록, 그리고 각 단계의 진술이 다음 단계에서 쓰이지 못할수록 피해자가 반복해서 불려 나올 가능성은 커진다.

실제로, 대검찰청이 개정법에 따라 4주간 공소청 모델을 시범 운영해 본 결과, 검사 면담 제도가 피해자 등 사건 관계자를 수사기관에 한 번 더 출석하게 만드는 ‘이중 소환’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대편의 설명

물론,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수사기관이 밀실에서 받아낸 진술보다 법정에서 직접 확인한 진술을 중시하는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고, 강압 수사를 막자는 것이다.

제도 도입 당시에도 강압 수사 방지 효과를 기대하는 긍정적인 평가와 재판 장기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엇갈렸다.

판사들 가운데서도 우려가 과장됐다는 시각에서는,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증인이 늘어 심리가 다소 길어질 수는 있어도, 검찰 주장처럼 재판이 몇 배로 늘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판중심주의라는 방향 자체는 옳다. 문제는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준비다. 조서에 기대지 않으려면 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해 증거로 쓰는 제도, 조사한 사람이 법정에서 증언하는 제도, 과학적인 물증 수사 역량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런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제도 시행 때부터 있었다. 그런데 보완책은 마련되지 못한 채, 이번에는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졌다. 법정의 짐은 더 무거워지는데, 그 짐을 나누어 짊어질 장치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것이다.

수사가 부실하면 재판이 길어지고, 재판이 길어지면 피해자가 지친다. 수사시스템의 붕괴는 결국 법정에서, 그리고 피해자의 삶에서 대가를 치르게 된다.

📢 다음 회 예고

검찰에서 떼어 낸 권력은 어디로 갔을까? 행안부 장관의 중수청 수사지휘권, 수사권한이 커진 경찰의 독립성,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둘러싼 위헌 논란, 그리고 와해될 위기에 놓인 금융·기술범죄 전문 수사 역량을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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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대법원 판례속보, 공범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2024. 8. 29. 선고)

한국경제, 「증거능력 잃은 ‘피신조서’, 재판지연 불러와」(2024. 3. 29.)

서울신문 사설, 「검찰조서 증거능력 제한, 수사와 재판역량 강화가 병행돼야」(2021. 12. 31.)

아주경제, 「내년부터 피신조서 증거능력 상실…재판지연·무죄율↑우려」(2021. 12. 15.)

서울신문, 「증인 신문 길어지고, 절차 판단 늘어나고… ‘판사도 재판하며 수사하는 시대’」(2026. 8. 18.)

파이낸셜뉴스, 「78년 쌓아올린 檢 수사역량… 사실관계 확인에만 쓸 수 있어」(2026. 9. 23.)

중앙일보, 「[단독] 공소청 4주 시범운영 해보니…“검사 면담, 보완수사 요구에 활용”」(2026.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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