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 반려는 위헌이다
대법원장은 재제청이 아니라 후속절차를 요구해야 한다
- 재제청절차를 취하는 순간, 대법원장 스스로 제청권이 자신의 고유권한임을 부인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위헌이다.-
지난 8월 28일, 청와대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하여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하고,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할 것을 요청하였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반려한 것은 1987년 현행 헌법 시행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대법관 임명 절차를 세 단계로 나누어,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동의권은 국회에게,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각각 귀속시키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면서도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하기 위한 권력분립의 정교한 설계다. 세 권한은 사법·입법·행정 각 기관의 독자적 권한이며, 각 기관은 자신의 권한 행사에 대하여 스스로 정치적·헌법적 책임을 진다.
따라서 국회가 제청된 후보자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부동의하면 되고, 대통령이 임명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임명을 거부하면 된다. 그것이 헌법이 예정한 절차이고, 그에 따르는 정치적 책임은 부동의한 국회가, 임명을 거부한 대통령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제청 단계에서 후보자를 반려하고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는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제청권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의 반려권, 재제청 요구권, 사전승인권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재제청 요구가 허용된다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통령이 수용할 후보가 나올 때까지 반복되는 절차로 전락하고, 제청권은 사실상 대통령의 사전 승인 아래 놓이게 된다. 대법관 후보 선정의 1차적 권한을 사법부 수장에게 맡겨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려 한 헌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는 국회와 대통령이 부담하여야 할 정치적 책임을 대법원장에게 떠넘기는 것이기도 하다. 부동의와 임명거부는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결정이다. 그 부담을 피하기 위하여 제청 단계에서 후보를 걸러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권한만 행사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대법원장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나는 대법원장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새로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든 하지 않든,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는 순간 대법원장 스스로 추천권이 자신의 고유권한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결과가 되어 이 또한 위헌이다. 위헌적 요구에 응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 선례를 만드는 일이다. 한 번 만들어진 선례는 앞으로의 모든 대법관 인선에서 되풀이될 것이고, 사법부 독립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된다.
대법원장이 취할 길은 분명하다. 기존의 제청은 헌법상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므로, 재추천할 것이 아니라 국회와 대통령에게 기존의 제청을 전제로 후속절차, 즉 임명동의안 제출과 국회 동의 절차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나아가 현재로서는 대법원장이 기존의 추천서를 국회에 직접 제출하여 국회의 동의절차를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에 부합한다고 본다. 제청·동의·임명이 각 기관의 독자적 권한이라면, 대통령이 중간에서 절차를 봉쇄하고 있는 이 비상한 상황에서 제청권자인 대법원장이 동의권자인 국회에 직접 동의를 구하는 것이야말로 헌법 제104조 제2항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국회는 동의 여부를 표결로 결정하면 되고, 대통령은 그 결과를 놓고 임명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각자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해법은 헌법이 정한 절차 안에서 찾아야 한다. 제청권을 무력화하는 방식의 해법은 해법이 아니라 헌정질서의 훼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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