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딘버러역에서 우버 택시는 왜 오지 않았을까
한겨울 밤 11시 반, 에딘버러역 앞에서 택시는 왜 오지 않았을까
여행에도 '작전'이 필요한 날이 있다. 2024년 겨울, 아내와 함께 떠난 유럽여행에서 프라하 이틀을 마치고 에딘버러로 넘어가던 날이 그랬다.
인천에서 프라하로 들어가 이틀을 머물렀다. 오랜만의 유럽여행이라 여러 도시를 돌아보는 일정을 짰고, 그만큼 도시와 도시 사이의 이동이 이번 여행의 관건이었다. 다음 목적지는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그런데 프라하에서 에딘버러로 가는 직항 항공편이 없었다. 궁리 끝에 글래스고행 비행기를 타고, 글래스고에서 기차로 에딘버러에 들어가는 경로를 택했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이라 항공권과 기차표, 호텔까지 하나하나 직접 예약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지도를 펼쳐놓고 경로를 궁리하고 시간표를 맞춰보는 그 과정 자체가 여행의 절반쯤 되는 재미이기도 하다. 다만 재미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글래스고 공항 도착이 밤 10시. 에딘버러행 마지막 기차는 밤 11시쯤이고, 그 앞 기차가 10시 30분에 있었다. 공항에서 기차역까지는 20분 남짓 걸린다. 비행기가 조금만 지연되어도, 공항에서 조금만 지체해도 이 퍼즐은 어긋난다. 항공권도 기차표도 모두 내가 직접 예매해 둔 터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에딘버러역 가까이에 호텔까지 예약해 두었으니, 기차를 놓치면 한겨울 밤 낯선 도시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프라하 공항을 떠나는 순간부터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다행히 작전은 성공했다. 글래스고 공항에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기차역으로 내달렸고, 10시 30분 기차에 무사히 올랐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비로소 숨이 쉬어졌다. 기차는 한 시간을 달려 밤 11시 30분, 에딘버러역에 도착했다.
역은 생각보다 컸고, 겨울밤 공기는 매서웠다. 장기여행이라 트렁크는 크고 짐은 많았다. 호텔을 역 근처로 잡아두긴 했지만, 초행길에 이 밤, 이 추위에, 이 짐을 끌고 아내와 걷기는 무리다 싶었다. 우버를 불렀다.
호출은 금방 잡혔다. 그런데 이상했다. 지도 위의 택시가 같은 자리에서 꼼짝을 않는 것이다. 취소하고 다시 불렀다. 같은 차가 또 잡혔다. 그리고 또 오지 않는다. 찬바람을 피해 역 출구 안쪽에서 우버 앱만 들여다보며 기다린 시간이 족히 20분. 밤 12시가 가까워 오는 낯선 도시의 역 앞에서,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는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다.
마침내 택시가 왔다. 트렁크를 싣고 올라탔는데, 출발한 지 1분도 안 되어, 이동거리 200미터쯤에서 기사가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호텔이 코앞이었던 것이다. 초행길이라 구글지도만 보고 꽤 걸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기사는 기사대로 '이 거리에서 택시를 부를 리가 없다, 잘못된 호출이다' 생각하고 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지 않던 택시의 비밀은 그렇게 싱겁게 풀렸다. 20분을 추위에 떨며 기다린 것이 무색하게도.
사실 낯선 도시, 그것도 초행길에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이동하는 일정이나, 비행기와 기차를 빡빡하게 이어 붙이는 계획은 피하는 것이 옳다. 다만 오랜만의 유럽여행에서 여러 도시를 돌아보자니, 시간을 아끼기 위해 부득이 택한 선택이었다. 호텔에 도착해서는 아내와 마주 보며 "이것도 또 하나의 추억이 되겠네" 하고 한참을 웃었다. 긴장이 풀린 웃음이기도 했다.
에딘버러 도착 날의 밤추위와 어이없던 택시 소동은, 다음 날부터 펼쳐진 에딘버러의 멋진 볼거리들에 밀려 금세 잊혔다. 언덕 위에 우뚝 선 에딘버러 성과 중세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구시가지의 돌길을 걷다 보면, 전날 밤의 고생은 오히려 이 도시에 들어서기 위한 통과의례였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추억'이 되었다. 여행에서 생기는 이런 에피소드는 꽤 오랫동안 사람에게 활력을 준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 밤을 떠올리면 슬며시 웃음이 나고, 이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
나이가 들수록 편한 여행을 찾게 된다지만, 이런 긴장과 소동이야말로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완벽하게 계획대로 흘러간 여행보다, 조금 어긋나고 우스워진 순간이 더 오래 남는다. 어쩌면 우리는 그 '어긋남'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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