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하철 한국 신용카드로 타기 - 모든 출입구에서 되는 게 아님 -
개찰구마다 카드를 대보다 — 일본에서 한국 신용카드로 살아남기
일본 지하철역 개찰구 앞에서 신용카드를 이 기계 저 기계에 대보며 서성이는 사람이 있다면, 십중팔구 한국에서 온 여행자다. 그게 바로 나였다.
일본 지하철은 승차권을 사지 않고 한국 신용카드로도 탈 수 있다. 다만 아무 개찰구나 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개찰구 중 맨 왼쪽 아니면 맨 오른쪽, 한두 곳에만 작은 글씨로 VISA, MASTER 표시가 붙어 있고, 그곳에 카드를 대야 문이 열린다. 표시가 워낙 작아서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현지인들은 익숙하게 교통카드를 대고 쓱쓱 지나가는데, 나만 개찰구 앞을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영락없는 이방인이다. 분명 방법이 있을 텐데 싶어 개찰구마다 카드를 대보다가 겨우 그 표시를 발견했다. 그런데 왜 모든 개찰구에서 되도록 하지 않았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한국이면 불편하다고 민원이 들어가 곧바로 고쳐졌을 텐데, 일본은 이런 면에서 참 신기한 나라다.
카드만 믿고 다닐 수도 없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현금 결제만 되는 가게가 종종 있어서 엔화가 필요할 때가 생긴다.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도 작은 식당이나 오래된 가게 중에는 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어디서나 카드 한 장이면 되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 지갑에 엔화 현금을 어느 정도 넣어 두어야 마음이 편하다. 다행히 웬만한 역에는 현금인출기가 있어 한국 카드로 엔화를 뽑을 수 있다. 단, 조건이 하나 있다. 카드의 해외(외화)결제 차단이 해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몰라서 가루이자와역에서 진땀을 뺐다. 승차권 자동판매기에 한국 신용카드가 먹히지 않아 현금을 찾으러 인출기로 갔는데, 하필 외화결제를 차단해 놓은 카드인 줄도 모르고 같은 카드로 계속 시도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계가 고장인가, 이 카드는 원래 안 되는 것인가, 안내 문구는 온통 일본어뿐이라 어디가 문제인지 알 길도 없이 한참을 씨름하다가, 다른 카드를 넣고서야 겨우 엔화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알고 보면 별것 아닌데, 낯선 역에서 기계와 씨름하는 그 몇 분은 꽤나 길게 느껴졌다.
지난 글에서 쓴 신칸센 표 두 장도 그렇고, 개찰구 한 곳에만 붙은 카드 표시도 그렇고, 일본에는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사소한 불편함이 종종 있다. 그러나 당황할 일은 아니다. 일본은 선진국이라 한국에서 되는 것은 거의 대부분 된다고 보면 된다. 다만 되는 방식이 조금 다르고, 되는 자리가 조금 숨어 있을 뿐이다. 분명 방법은 있으니까, 그 방법을 찾아서 해결하면 된다. 그 방법을 미리 알고 가면 여행은 한결 수월해지고, 모르고 가더라도 결국은 길이 열린다.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내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남기자면 이것이다. 출국 전에 신용카드의 해외결제 차단부터 풀어 놓을 것. 카드는 가능하면 두 장 이상 챙겨 갈 것. 한 장이 말썽을 부려도 다른 한 장이 구해 준다. 가루이자와역에서 나를 구한 것도 결국 두 번째 카드였다. 그리고 개찰구 앞에서 막히면 당황하지 말고 맨 왼쪽과 맨 오른쪽 개찰구의 작은 카드 표시를 찾을 것. 사소한 불편을 하나씩 풀어 가는 것, 어쩌면 그것도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재미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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